[시론] 국가 R&D, 기관·영역 이기주의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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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투자에도 기술혁신 부족했던 국가 R&D
평가제도 개선 등 연구개발의 '경쟁' 살리고
논문·특허 숫자보다 가치창출능력 확충해야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평가제도 개선 등 연구개발의 '경쟁' 살리고
논문·특허 숫자보다 가치창출능력 확충해야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기술혁신만큼이나 오랫동안 우리를 애달프게 한 것도 많지 않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면 온 국민이 혹시나 하며 기다리다 실망으로 끝나고는 했다. 그래서 한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어도 진짜 일류국가 행세를 하지 못했다. 기술혁신이 미흡한 데서 비롯된 낮은 국제 경쟁력 탓이 컸다.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에 항상 획기적인 기술혁신 정책을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의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체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이 그렇다. 국가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16년 한국의 국가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69조원대다. 총액 기준 세계 5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4.24%로 10여 년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3.29%)과 미국(2.79%)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이들 전략은 실패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단지 기술혁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 때문인가.
과잉 기대가 비효율적인 과잉 투자를 유발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혁신투자를 증대할수록 생산성은 저하되는 ‘혁신의 역설’이 빚어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술혁신과 제도 개선을 통한 한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6~2010년 5년간 연평균 2.58%에서 2011~2015년 연평균 0.97%로 떨어졌다. 또 2017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R&D 지출액 등에서 세계 1위였으나 생산성은 32위에 머물렀다. 경제의 질적 구조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민간의 혁신역량 제고를 목표로 하는 혁신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주요 내용이다. 소득주도 성장 등 분배구조 개선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혁신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2010년대 들어 크게 떨어진 점에 주목했다. 더 늘릴 수 없을 정도의 높은 R&D 투자를 고려하면 두뇌에서 나오는 혁신정보 창출 효율을 제고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 추진도 같은 이유다.
필자는 혁신성장의 성공 관건은 ‘혁신의 역설’을 치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과학계의 집단이기주의부터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연구비 지출 구조는 대략 인건비와 설비투자, 연구사업비로 3등분된다. 연구사업비 중 경쟁 베이스 예산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처에 따라서는 예산의 3분의 2를 정부출연기관에 배정하고 있으며 장기 대형 과제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국가R&D 자원 배분은 오랫동안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초과학계라는 양대 집단에 의해 좌우돼 왔다. 그 결과 경쟁구조는 허약해졌고 투자 효율성은 낮아졌다. 다수의 소규모 창의적 기술혁신 과제에 투자하기보다 소수 대규모 투자영역에 집중해 왔다. 더욱이 정부 예산사업은 한 번 확보하면 장기간 영역 독점이 가능하다. 이에 과학기술계는 R&D예산 심의·배분 권한을 과학기술 유관부처로 이관(국가재정법 개정)할 것을 간절히 원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사업이 새로운 영역 독점이라는 사실은 외면하고서다. 믿고 싶은 것만 진리라고 주장하는 탈(脫)진실 현상과 기술관료 폐해의 전형이다. 언제 국민이 과학기술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세금 징수를 허락했다는 말인가. 이에 과학기술계는 순진한(?) 정치권과의 연계를 통한 ‘정치화’ 추세를 기술혁신 노력으로 강변하기도 한다.
정부는 기관·영역 이기주의와 관료주의 극복에 최우선적 기술혁신 정책목표를 둬야 한다. 이런 목표 달성은 생산요소들의 결합 효율 제고를 보장하는 지식체계 구성에서 출발한다. 특히 논문과 특허 숫자보다 가치창출능력 확충에 유의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정부출연기관 구조 개편과 담합 의혹이 큰 동일 분야 전문가 평가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R&D시장 경쟁 제고를 위한 것이다. 정치화한 일부 연구계도 멀리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둔 총체적 기술혁신 정책 운용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이해당사자의 견해를 그대로 반영한 다양한 정책 혼합으로 인한 혁신동력 훼손을 차단해야 한다.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에 항상 획기적인 기술혁신 정책을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의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체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이 그렇다. 국가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16년 한국의 국가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69조원대다. 총액 기준 세계 5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4.24%로 10여 년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3.29%)과 미국(2.79%)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이들 전략은 실패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단지 기술혁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 때문인가.
과잉 기대가 비효율적인 과잉 투자를 유발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혁신투자를 증대할수록 생산성은 저하되는 ‘혁신의 역설’이 빚어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술혁신과 제도 개선을 통한 한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6~2010년 5년간 연평균 2.58%에서 2011~2015년 연평균 0.97%로 떨어졌다. 또 2017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R&D 지출액 등에서 세계 1위였으나 생산성은 32위에 머물렀다. 경제의 질적 구조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민간의 혁신역량 제고를 목표로 하는 혁신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주요 내용이다. 소득주도 성장 등 분배구조 개선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혁신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2010년대 들어 크게 떨어진 점에 주목했다. 더 늘릴 수 없을 정도의 높은 R&D 투자를 고려하면 두뇌에서 나오는 혁신정보 창출 효율을 제고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 추진도 같은 이유다.
필자는 혁신성장의 성공 관건은 ‘혁신의 역설’을 치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과학계의 집단이기주의부터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연구비 지출 구조는 대략 인건비와 설비투자, 연구사업비로 3등분된다. 연구사업비 중 경쟁 베이스 예산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처에 따라서는 예산의 3분의 2를 정부출연기관에 배정하고 있으며 장기 대형 과제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국가R&D 자원 배분은 오랫동안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초과학계라는 양대 집단에 의해 좌우돼 왔다. 그 결과 경쟁구조는 허약해졌고 투자 효율성은 낮아졌다. 다수의 소규모 창의적 기술혁신 과제에 투자하기보다 소수 대규모 투자영역에 집중해 왔다. 더욱이 정부 예산사업은 한 번 확보하면 장기간 영역 독점이 가능하다. 이에 과학기술계는 R&D예산 심의·배분 권한을 과학기술 유관부처로 이관(국가재정법 개정)할 것을 간절히 원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사업이 새로운 영역 독점이라는 사실은 외면하고서다. 믿고 싶은 것만 진리라고 주장하는 탈(脫)진실 현상과 기술관료 폐해의 전형이다. 언제 국민이 과학기술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세금 징수를 허락했다는 말인가. 이에 과학기술계는 순진한(?) 정치권과의 연계를 통한 ‘정치화’ 추세를 기술혁신 노력으로 강변하기도 한다.
정부는 기관·영역 이기주의와 관료주의 극복에 최우선적 기술혁신 정책목표를 둬야 한다. 이런 목표 달성은 생산요소들의 결합 효율 제고를 보장하는 지식체계 구성에서 출발한다. 특히 논문과 특허 숫자보다 가치창출능력 확충에 유의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정부출연기관 구조 개편과 담합 의혹이 큰 동일 분야 전문가 평가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R&D시장 경쟁 제고를 위한 것이다. 정치화한 일부 연구계도 멀리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둔 총체적 기술혁신 정책 운용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이해당사자의 견해를 그대로 반영한 다양한 정책 혼합으로 인한 혁신동력 훼손을 차단해야 한다.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