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 박소현 옮김 / 민음사 / 356쪽 / 1만5800원
그러다 마흔 살이 됐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무기력증에 빠졌다. ‘창조적인 삶을 피부에 와닿듯 생생하게 느껴본 적이 언제였더라.’ 기억을 더듬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은 무려 30여 년 전인 10대 때였다.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서툴렀지만 삶의 열기로 가득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모른 척 해온 것이다.
그는 당장 스케이트 한 켤레를 샀다. 1주일에 세 번씩, 새벽에 일어나 스케이트를 탔다. 아이스링크에서 기량을 연습하는 10대들 사이에 나타난 유일한 중년 여성이었다. 때론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는 서서히 자신만의 기쁨을 누리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자신 그 자체만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갔다. 변화를 일으키는 회전 그 자체였으며 스스로를 가꾸는 창조성의 절정이었다.
《빅매직》은 일상에 묻혀버린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빅 매직(Big Magic·위대한 마법)’인 창조성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순례자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을 쓴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길버트다.
우리 모두는 깊은 곳에 보물을 묻어놓고는 잊어버린 채, 모른 채 산다. 이를 발견하기 위한 여정, 그것이 창조적인 삶이다.
창조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원초적인 욕망,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근원적 본능이다. 하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생계 문제에 얽매여 이 창조성의 가치를 외면한다. 두려움이 창조성의 발현을 억누르고, 점차 멀어지게 하기도 한다. 가령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에게 아무런 재능이 없을 수 있다는 두려움, 하찮은 일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있다는 두려움 등이다.
하지만 이제껏 우리가 보아온 천재적인 예술가들만이 창조성을 발휘하고 그에 합당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저자는 “누구나 창조성이라는 보석을 깊숙이 지니고 있으며 이를 발굴하고 캐내는 건 결코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며 “수전의 사례처럼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딜 수 있는 ‘용기’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용기를 낸 뒤 점차 창조성을 키우는 비결은 호기심에 있다. 호기심은 열정에 비해 누구에게나 쉽게 열려 있다. 열정은 타오르는 불꽃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나 뛰어난 예술가들만이 가진 특권처럼 여겨진다. 반면 호기심은 이보다 부드럽고 덜 소란스러우며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호기심은 오직 단 한 개의 질문만 던진다. “네가 재미를 느끼는 게 뭐라도 있니? 그 무엇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창조성을 키우는 과정에서 때론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낙담으로 이어지고 자기 혐오까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먼저 자신을 용서하고, 우리는 인생의 초보자인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들은 말한다. “자 이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당신이 하던 작업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 안에 감춰진 귀중한 보물들은 당신이 ‘알겠다’고 말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