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 안세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472쪽 / 2만원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 13년 만에 '블루오션 신작'
튀기지 않는 감자튀김 조리기
장편영화 실시간 스트리밍…다양한 블루오션 사례들 소개
블루오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광범위한 인간정서 이해해야


이 책의 묘미는 블루오션의 실행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에 있다. 기업 내에 블루오션 추진팀을 꾸리고 혁신을 이끌어나갈 때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놓인 부서들이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어떻게 하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가 나오는지 보여준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다국적 기업 세브는 세계 최초로 튀기지 않고 감자튀김을 만드는 조리기를 생산했고, 이 산업의 가치는 40% 가까이 올라갔다. ‘감자튀김을 만들려면 기름을 많이 써서 튀겨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나온 혁신적인 대안이었다.
넷플릭스는 광대역 인터넷의 성장세를 지켜보며 ‘우리 기업이 앞으로 구매자들에게 줄 수 있는 더 큰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으로 ‘장편영화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선택했다. 멀리 브라질에서는 50개가 넘는 경쟁 기업이 200개 이상의 브랜드를 생산하는 극한 경쟁 상황의 화장실 휴지산업에서 킴벌리 클라크가 사용자 편의에 집중한 제품으로 시장을 평정했다.
이런 블루오션 시프트 실행의 성과는 기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계속 늘어나는 교도 예산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벤치마킹 대신 업계의 기본 가정을 다시 고민하는 블루오션적인 방법으로 완전히 새로운 재소자 수용시설인 CRP센터를 설치해 경범죄자의 재범률을 약 90% 줄였다.
이 모든 실행의 근저에는 저자들이 말하는 ‘인간다움(humanness)’이 자리한다. 블루오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어려움을 이기려면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불안, 그리고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인정, 욕구 등 인간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인간의 정서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변화의 과정을 가야 한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결국 자신감과 체계적인 방법론의 결합이 성공의 열쇠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저자들은 “자신감은 있지만 방법론이 없는 조직은 도박꾼과 같다. 방법론은 알지만 자신감이 없는 조직은 절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일갈한다. 가속화된 기술 변화의 시대, 자신감과 방법론이라는 두 개의 도구를 손에 쥔다면 급변하는 상황이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김봉진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