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는 등 금융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본격 나섰다. 민간 금융회사 중에선 KB금융그룹 노조 협의회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 안건을 상정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일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공운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관련 연구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맡겼다”고 밝혔다. 공운법 개정 방향은 노동자 혹은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이를 사외이사에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는다는 게 골자다.

기재부가 공운법 개정을 위해 KDI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은 현행법으로는 노동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힘든 구조여서다. 공운법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조항은 상법의 내용을 준용하고 있는데, 상법에서는 근로자를 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운법을 개정해야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KDI 연구용역 결과는 이르면 2월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금융회사에서는 KB금융 노조협의회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KB금융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시민단체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선임에 실패했다. KB금융 주주의 70%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대부분 반대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해당 안건에 대한 반대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안건에 찬성하면서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이 17.7%에 달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선 공기업 주주와 기타 연기금 등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주주들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노동이사 선임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박신영/이현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