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 만기 1년 미만의 채권에 투자하는 초단기채 펀드는 지난해 국내 공모형 펀드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상품 중 하나였다.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과 북한 리스크(위험)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자금을 짧게 굴리려는 투자자들이 1조8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넣었다.
[펀드 vs 펀드] 동양 "자본 차익 극대화" 유진 "안정적 이자 추구"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중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단기채 펀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환매가 가능한 데다 다른 단기 금융 상품인 은행 정기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자본 차익이냐, 이자 수익이냐

대표적인 국내 초단기채 펀드로는 유진자산운용의 ‘유진챔피언단기채’(설정액 1조6361억원)와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단기채권’(7983억원)이 꼽힌다. 지난 1년간 수익률(선취 수수료가 없는 C클래스 기준)은 동양단기채권이 2.07%로 유진챔피언단기채(2.05%)를 근소하게 앞섰다.

두 펀드가 보유한 채권의 듀레이션(잔존 만기)은 6개월 미만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펀드 자산 구성은 조금 다르다. 동양단기채권 자산은 △기업어음(CP) 등 기타 채권(31.94%) △카드사 등 여신 전문 금융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여전채·30.55%) △회사채(25.62%) △특수채(10.0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진챔피언단기채(16.19%)보다 회사채 투자 비중이 1.5배가량 높다.

동양단기채권을 운용하는 김동환 동양자산운용 차장은 “지난해 대림산업, 한미약품, 현대산업개발(이상 신용등급 A+), 롯데건설, 한솔제지(이상 A0), 효성(A-) 등 신용등급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오른(금리가 내려간) A급(A+·A0·A-) 회사채에 투자해 자본 차익을 거둔 게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진챔피언단기채는 자본 차익보다는 비교적 높은 이자를 안정적으로 얻는 전략을 쓰고 있다. 윤성주 유진자산운용 채권운용1팀장은 “채권보다 시중금리 움직임의 영향을 덜 받고 표면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CP를 매입해 변동성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챔피언단기채의 CP 신용등급 하한선은 ‘A2-’(7개 투자 등급 중 네 번째 등급)로 동양단기채권(A20)보다 한 단계 낮다. 신용도가 낮은 대신 그만큼 높은 이자를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유진챔피언단기채는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고 금리는 높은 A급 여전채 투자 비중(52.89%)도 동양단기채권(30.55%)보다 높다.

◆금리 상승기 대응 전략은

김 차장과 윤 팀장은 한은이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차장은 “국내 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보유 채권의 듀레이션을 6개월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자본 차익이 날 만한 채권을 적극 매수할 것”이라며 “최근 기관투자가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A급 여전채 투자 비중을 높여 연 2.3% 정도의 수익을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은 국채 차입 매도와 국채 선물 매도 등을 통해 최소화할 계획이다.

윤 팀장은 “금리가 오르는 채권을 선별 매수한 뒤 만기 보유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가면 금리 상승 위험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며 “한은이 올 3분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분기에 선제적으로 듀레이션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