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사관계 전망이 무척 어둡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18년 노사관계 전망’을 보면 236개 조사기업 중 72.8%가 ‘작년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임금 문제가 크게 대두됐던 2014년 이후 가장 나쁘다.

기업들이 올해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내다보는 이유는 복합적일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기조라고 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일련의 노동정책에 노조 쪽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양대 지침’ 폐기로 극단적인 저성과자조차 해고하기가 어려워졌고, 노동이사제도 확대되고 있다.

국회도 노동계의 기대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응답 기업의 16%가 ‘노동계에 우호적인 국회 의정활동’이 불안 요인이라고 답했다. 노조의 경영참여, 정리해고 원칙적 금지, 기간제·파견제 사실상 금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아예 헌법에 명문화하자는 개헌안까지 국회발(發)로 나온 상황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법원의 기류다. ‘노사관계 현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주된 불안 요인으로 꼽은 기업이 25%로 가장 많다. 법적 분쟁 자체도 버겁지만, 들쭉날쭉한 법원 판결이 두렵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의 행정지침대로 따른 통상임금 계산법까지 법원에서 뒤집혀 대혼란이 있었다. 노동자·노조와 사측의 갈등이라도 생기면 법원은 일단 노동자 쪽을 배려하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언더도그마 현상’(사회적 약자는 무조건 선하다는 편견)이 추상같아야 할 법정에도 깊이 스며들었다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휴일근로 중복(100%) 할증 소송’의 최종심도 올해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행정 리스크’ ‘입법 리스크’ 못지않은 ‘사법 리스크’다.

국가 권력의 3대축이 새해 노사관계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대 노총의 노동기득권 양보도, ‘사회적 책무’ 이행도 기대난망이다. 특히 노사정 협의체제까지 부정하며 강경일변도인 민주노총의 행태는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노총이 흔들다시피 하는 파리바게뜨 사태는 그 전말을 백서로도 남겨야 한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가맹점주·협력업체·본사의 합작사를 통한 고용으로 타결돼 왔으나, 민주노총이 본사 직고용에 매달리면서 해를 넘긴 채 난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새해 벽두부터 부분 파업 중이다. ‘노동계의 기대심리 상승과 투쟁 증가’(19%)가 노사관계 불안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올해도 기업환경은 만만찮다. 원화가치·금리·유가 상승에다 임금까지 올라 3고(高), 4고를 걱정하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중국의 갈등으로 격화되는 국제 통상대전은 기업들을 거친 풍랑 속으로 내몰 것이다. 이런 판에 ‘노사 리스크’까지 올라가면 5고(高)의 악조건이다. 안 그래도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온 판에 행정·입법·사법이 합작해 이를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가. 노조의 기대치가 올라가면 기업은 그만큼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