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강남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주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98%로 주간 단위 시세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파구(0.85%) 서초구(0.39%) 역시 지난해에 비해 상승폭이 급격히 커졌다.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이라던 ‘8·2 대책’이 약발은커녕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든 실수요든, 이른바 ‘강남 3구’ 주택 시장에는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는데 이를 억지로 누르려고만 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투기 주범’으로 몰며 대출 한도 축소, 세금 중과,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등의 규제책을 내놓자 “그러면 ‘똘똘한 한 채’만 갖자”는 열풍이 불면서 강남권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기 있는 압구정동, 대치동이 최근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도 그래서라는 것이다. 적어도 여기는 집값이 잘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평수, 층에 상관없이 집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각종 규제 시행 전에 사두자는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신축 및 재건축 초기 아파트, 소형에 비해 덜 오른 중·대형까지도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이 나오면 시장은 대책을 만든다”는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강남 집값은 지극히 비정상이며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들이 주머니 속에 많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규제로 잠시 주춤할지는 몰라도 결국엔 눌린 만큼 더 튀어오르는 게 시장이다. 노무현 정부 때 그랬고, 최근에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근본적인 가격 안정책이다. 김 수석은 강남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은 불부터 꺼야 한다”고 말했다. 불을 끄기 위한 세금과 규제 폭탄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