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8층 옥상 개방 4개월…내년엔 낙원상가 16층 옥상 시민 품으로
경복궁·덕수궁 보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옥상도 개방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이야,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동문이라는 70대 남성 셋을 세운상가 8층 옥상에서 만났다.

어려서부터 세운상가 지척에 살았지만, 옥상에 올라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한참 동안 풍경 사진을 찍는 데 열중하던 김모(72) 씨는 "올라와 보니 참 좋다"며 "단순히 전망대에 그치기보다는 종묘와 연계성을 높이고, 남산까지 쉽게 연결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서 시민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공공 옥상'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세운상가 리모델링을 마치면서 8층 옥상을 처음으로 개방했다.

세운상가가 개장한 1967년 이후 50년 동안 일반에 열리지 않았던 곳이다.

옥상으로 향하는 방문객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따로 만들고, 옥상에는 전망대와 쉼터, 텃밭을 조성했다.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세운상가 옥상은 종묘·인왕산·남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종로 대로변을 향해 서면 종묘 정문인 외대문과 그 뒤로 빼꼼히 드러난 정전 지붕이 보인다.

종묘 뒤쪽으로는 북한산 능선이 장쾌하게 이어진다.

뒤로 돌면 남산과 N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양옆은 서울 근대화의 역사가 생생히 남아있는 낙후한 저층 건물 밀집지역이다.

빼곡한 슬레이트 지붕과 뒤쪽으로 우뚝 선 두타몰, 한화빌딩, 미래에셋 센터원 등 고층 건물들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세운옥상은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도시농부 마켓, 도심 속 독서·운동프로그램 공간 등으로 활용됐다.

문화예술 축제인 '비둘기 오디오 & 비디오 페스티벌' 기간에는 옥상에 대형 비둘기가 설치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에 이어 청계상가, 대림상가 옥상도 차례로 정비해 개방할 계획이다.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세운상가 옥상이 종묘 조망이 뛰어난 곳이라면 세종대로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은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다.

경복궁 뒤편으로는 인왕산·북악산의 산줄기가 이어진다.

시민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공 옥상'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곳이 종로구 낙원상가 옥상이다.

1968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인 낙원상가는 복잡한 건물 구조로 인해 4층, 5층, 6층, 16층 등 총 7개 옥상이 있다.

이 중 4곳이 개방된다.

지금은 실버영화관이 들어선 4층 옥상만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나머지는 닫혀 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5층과 16층 옥상에 전망대를 설치해 시민 누구나 도심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낙원상가 16층은 남산과 탑골공원, 익선동, 운현궁, 인사동 등 도심을 동서남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숨겨진 '조망 명소'다.

롯데월드타워와 남산 N서울타워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이곳 역시 50년간 일반에 개방된 적이 없다.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낙원상가 16층 옥상은 아파트 주민들의 사유 공간이라 지금까지 일반에 개방되지 않았으나, 상가 건물의 역사성과 가치에 주목한 서울시가 주민 설득에 나섰다.

6층 옥상은 텃밭으로 조성해 도시농업 체험 공간으로 만든다.

양병현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삼일대로 위에 서 있어 경관을 가로막았던 낙원상가의 옥상을 개방해 지역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 것"이라며 "인사동을 찾는 이들이 낙원상가를 거쳐 종로 3가 일대로 퍼져나가도록 하는 거점 역할을 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묘가 시원하게 보이네"…도심 속 '공공 옥상'이 살아난다
덕수궁 돌담길 옆에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5층 옥상도 개방이 예정돼 있다.

지금은 '정동 전망대'라고 불리는 13층 카페가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통유리창 밖으로 중화전, 석조전 등 덕수궁 전각과 성공회 성당 등 정동 일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빌딩 숲 사이로 덕수궁이 폭 안겨 있는 모습이다.

뒤쪽으로는 인왕산과 북악산이 보인다.

서울시는 최고의 전망을 살리기 위해 유리로 막혀 있는 정동 전망대를 15층 옥상으로 옮긴다.

이렇게 하면 서울 시내를 더 넓게 조망할 수 있다.

지금은 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과 전망대 방문객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앞으로는 전망대와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서울시는 왜 도심 옥상의 가치에 주목했을까.

양병현 과장은 "옥상에 올라가서 도심 풍경을 보면 산과 어우러지는 건물의 높이, 경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세운상가뿐 아니라 더 여러 건물의 옥상 경관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