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산하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정우탁 원장 "지구촌 체험 박물관 한국에 만들어야"
“세계 아이들이 세계시민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요?”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사진)은 “세계화로 나라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오해와 편견, 갈등과 반목이 오히려 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지구촌 공동체 시민이라는 점을 일깨우는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시민교육은 한국이 주도해서 제시한 글로벌 의제다. 그는 “한국이 2015년 ‘세계교육포럼’ 개최국으로 결정되고 나서 어떤 의제를 내세워야 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 아젠다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시민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2015년 5월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은 유네스코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 가운데 하나로 채택됐다. 그해 8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도 세계시민교육이 포함됐다. 정 원장은 “2000년대 들어 이념을 떠나 세계가 하나가 되는 흐름을 반영해 사람들에게 더 쉽게 와닿는 세계시민교육이란 용어를 쓴 것이 좋은 효과를 냈다”고 했다.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은 유네스코 산하기구다.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 본부 간 협정에 따라 2000년 설립됐다. 국제이해교육을 하는 곳이지만 세계시민교육이 글로벌 의제로 채택된 뒤 세계시민교육의 본부 격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세계시민교육 교재와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한국 직원이 해외에 나가 알려준다. 각국 교육 전문가와 교사들도 한국을 찾아 세계시민교육 연수를 받는다. 그는 “서울 교육원에서 하는 연수와 교육의 90%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며 “활동 범위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로 확대됐다”고 했다.

정 원장은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2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2013년부터 국제이해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세계시민교육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교육원 역사상 처음으로 2016년 연임했다. 그는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세계시민박물관을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2~4시간 박물관에 있으면 세계시민 의식이 생겨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지구에 사는 우리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면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그런 의식이 생겨날 겁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