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조건이 맞으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취임 이후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에 ‘대화론’을 접고 ‘군사옵션’ 등 강경론을 고수해온 미국의 대북정책에 남북대화를 기점으로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백악관 참모, 부처 장관, 공화당 지도부와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과 당장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의 가치)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푼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그렇게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겠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엔 나설 의사가 없으며, 북·미대화엔 언제나 ‘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는 전제조건이 따른다는 의미다.

전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북대화가 북·미대화 또는 핵 협상의 시작인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이며 이런 결론에 어떻게 도달할 것이냐에 대한 경로, 그것이 협상의 본질”이라며 “그런 면에서 아직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9일부터 시작될 남북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들(남북한 당국자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그것은 아주 큰 시작”이라며 “미국은 남북대화를 100% 지지하고 그들이 평창올림픽 문제를 넘어서는 걸 정말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남북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북한에 강력한 (압박) 스탠스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태도를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 강력하게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남북대화, 북한의 올림픽 참가 의사 개진 등과 관련해 “변화를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7일 NHK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을 바꾸기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압력을 최대화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워싱턴=박수진/도쿄=김동욱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