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S&P500, 나스닥 등 미국 3대 증시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상승 시동을 건 일본 닛케이225도 2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홍콩(H), 대만(자취안), 영국(FTSE100) 증시 등도 지난해 12월 초부터 상승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12월 말까지 이어진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공세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거듭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 증시가 주요국 증시와 본격적인 갭(차이) 메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돌아온 외국인… "두 달간 조정 거친 한국 증시 매력 커졌다"
◆외국인의 귀환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는 작년 11~12월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에서 ‘팔자’를 시작한 작년 11월23일 이후 12월27일까지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7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폐장일인 작년 12월28일 순매수로 돌아선 이후 지난 5일까지 최근 5거래일간 쉬지 않고 ‘사자’를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431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흘러들어오는 가장 큰 이유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의 세계적 확산이 꼽힌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은 과거 10년간 이어진 채권가격 상승세가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며 “외국인의 한국 증시 순매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란 글로벌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코스피지수도 ‘상승 모드’로 전환했다. 반등을 시작한 지난달 27일 이후 6거래일간 2.33% 올랐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력 커진 한국 증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작년 12월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1주일간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 1억2062만달러(약 1283억원)가 유입됐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전체 유입액(6억8178만달러·약 7254억원)의 17.69%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만(3361만달러·357억원) 중국(3011만달러·320억원) 인도(2164만달러·230억원) 등에 투자하는 펀드의 순유입 금액을 압도한다.

증권업계에선 이런 흐름을 이끄는 내부 동력으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양호한 기업 실적을 지목한다. 작년 말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 지난 2일 기준 국내 상장사(MSCI 한국지수 구성 종목)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8.5배로 미국(18.7배)과 인도(18.7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프랑스(14.9배) 일본(14.6배) 영국(14.4배) 독일(13.7배) 등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기업 실적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204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15조65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영업이익 추정치(187조4044억원)보다 15.1% 큰 규모다.

환율 하락과 남북한 해빙 무드도 외국인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요인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과 남북관계 개선 조짐을 한국 증시의 매력 포인트로 본다”고 했다.

이채원 사장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약하다는 것은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라며 “뚜렷한 경기 회복세가 추세 상승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나수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