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8일 "강남 4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재건축에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대책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세종청사 인근에서 연 오찬간담회에서 최근 서울 강남 집값 급등과 관련, "서울 강남 4구 중에서도 주택이 아닌 재개발·재건축만 올랐다"면서 "풍부한 자금을 갖고 계신 분들의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그런 (투기적 수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대책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일정 가격 이하에 팔지 말자고 하는 담합이나, 자금출처 문제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상황을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책이 시장의 뒤를 따라가면 효과가 없고, 정책신뢰만 떨어진다"면서 "강남4구에서 서울전역, 기타지역으로 확산 조짐이 있느냐 없느냐 등 트렌드를 보면서 대책을 만들어야지, 하나만 보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검토한다고 돼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주택 공급과 수요에 어떻게 미치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성급하게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기적으로도 중기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해법은 아니지 않냐고 그는 반문했다.

이 차관보는 보유세를 높이는 게 집값을 잡는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보유세 개편은 다주택자에 한정해 조세 형평성과 거래세와 보유세의 세입세출 상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검토하는데 단기적 부동산시장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유세는 단기적 효과를 보는 게 아니다"면서 "다주택자가 보유세 인상으로 집을 처분할 경우 아마 강남 아닌 지역을 먼저 팔고 강남은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지역적 차별화가 심화할 수도 있고 강남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유세 인상은) 중기적으로 보면 자산 내지 부동산의 수익률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영향을 준다"면서 "단기적으로 강남을 위해 그것을 등가로 하다 보면 효과도 없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에 30억원짜리 아파트가 1채 있는 경우도 있는데 보유세 개편시 다주택자만 겨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보유세가 종부세와 재산세인데,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단순하게 3주택자만 부과하는 방식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영향에 대해서는 "당장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현재와 유사했던 2007년 사례를 검토했을 때 3개월간 조정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다 회복됐다"면서 "이번에는 그때와 다르게 일자리안정자금도 있는 만큼 충격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 영향에 대해서는 "물가는 통상 연초에 많이 오르는데 최저임금 때문인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국민 체감물가 차원에서는 설을 앞두고 소비자 감시, 원가조사 등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해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해 인상하는 부분은 컨트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보는 최저임금 대책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7월 최저임금 대책 발표 이후 집행상황과 그동안 소상공인이 추가로 제기했던 것들을 받아 소상공인을 위주로 한 추가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