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회장단이 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메리어트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고려대 교수), 조장옥 명예회장(서강대), 구정모 회장(강원대), 김경수 차기 회장(성균관대), 이인실 부회장(서강대).
한국경제학회 회장단이 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메리어트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고려대 교수), 조장옥 명예회장(서강대), 구정모 회장(강원대), 김경수 차기 회장(성균관대), 이인실 부회장(서강대).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네 번 올리면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회장단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8 미국경제학회(AEA)’ 연례행사를 참관한 뒤 위기감을 토로했다. 구정모 회장(강원대 교수)과 조장옥 명예회장(서강대), 김경수 차기 회장(성균관대), 이인실 부회장(서강대), 강성진 부회장(고려대)을 만나 미국의 경제정책이 한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들어봤다.

올해 AEA의 핵심 이슈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횟수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감세정책 효과였던 만큼 회장단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김 교수는 “미국의 감세가 한국엔 매우 나쁠 수 있다”며 “올해 Fed가 금리를 세 번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네 번이 된다면 우리 경제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년째 경기 확장 중인 미국이 감세로 성장세가 가팔라지면 금리가 예상(세 번)보다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미국처럼 네 차례 올릴 경우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도 터질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는데 한국은 오르지 않으면 외국 자금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구 교수는 “미국이 법인세율을 낮췄고 세금 속지주의로 바꾸고 있다”며 “이는 외국 투자를 끌어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세제 개편을 통해 연초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뚝 떨어졌다. 그는 “미국은 실효세율이 한국보다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이처럼 명목세율을 낮추는 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미국은 법인세율을 낮추고 구간까지 없앴지만 우리는 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만지고 있다”며 “시대 변화 등에 맞춰 전체적으로 개혁해야 하는데 법인세만 땜질식으로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세금으로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형평성은 정부 지출을 통해 추구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법인세율을 올린 건 기업을 벌주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증세할 때는 소득세, 소비세, 법인세 순으로 올려야 하나 한국은 법인세부터 손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적어도 한국 투자를 검토하던 다국적 기업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AEA에선 700여 개 세션이 마련됐으나 한국 정부가 성장 정책으로 잡은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룬 자리는 없었다. 조 교수는 “논의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은 성장이란 말을 붙였지만 사실상 소득재분배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를 확충하겠다, 세금을 더 걷자’ 이렇게 정공법으로 가야지,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그것이 다시 소득을 높인다는 주장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구 교수도 “어디까지나 소득주도는 보완책”이라며 “아직까지 혁신성장 콘텐츠가 안 나오고 있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