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민단체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형평성’ 논란과 ‘친정부 성향 인사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5일부터 입법예고한 공무원보수규정 개정안의 내용 중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에서 상근으로 근무한 경력을 호봉경력으로 인정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이번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공무원보수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시민단체 출신을 채용할 때 그 경력을 공공기관 근무경력 수준으로 인정하고 호봉에 반영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시민단체 활동가가 공무원 개방직에 임용되는 경우 곧바로 적용된다. 기존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도 이 규정에 따라 새로운 호봉체계를 적용받는다. 대상 시민단체는 지난해 9월 기준 1만3833개에 달한다.

하지만 입법예고 이후 ‘시민단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민간 기업 출신은 동일 분야의 전문·특수경력만 인정받지만 시민단체 출신은 동일 분야가 아니더라도 경력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친정부 성격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부처에 포진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시생들도 허탈감을 호소했다. 인터넷 공시생 커뮤니티에서는 “시민단체 출신이 갑(甲)”, “공부하지 말고 시민단체에 가입하란 얘기”라는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인사혁신처는 결국 이 규정을 삭제한 개정안을 10일까지 재입법예고하기로 했지만 입법예고 전부터 예상되는 논란거리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 개방과 민간 우수인재 확보 취지에 부합할 수 있는 합리적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