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민사 소송에서 이길 경우 내야 하는 변호사 비용이 줄어든다. 소송에서 진 사람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소송 비용 비율이 높아져서다. 대법원은 최근 소송 비용에 포함하는 변호사 보수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2007년 이후 11년 만의 개정이다.

새 개정안은 소송목적값에 따른 변호사 비용 산입 비율을 △2000만원 이내 10% △2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내 8% △5000만원 초과~1억원 이내 6% △1억원 초과~1억5000만원 이내 4% △1억5000만원 초과~2억원 이내 2% 등으로 현행보다 높였다.

가령 상대방에게 2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이겼다면 기존 최대 150만원에서 50만원 늘어난 200만원을 상대방에게 변호사 비용으로 청구할 수 있다. 5000만원이면 310만원에서 440만원, 1억원이면 480만원에서 740만원으로 청구액이 늘어난다.

변호사업계는 개정 내용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황성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43·사법연수원 42기)는 9일 “재판에 지면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변호사들로서도 사건을 수임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 판사 출신 개인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결국 돈으로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들 하는 만큼 괜한 소송에 휘말린 승소자를 조금이라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사소송을 하기 위한 실제 변호사 ‘시세’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통상 소송목적값이 2000만원인 민사 소송을 하려면 최소 300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소송가액이 1억원으로 늘어나면 변호사 비용도 1000만원을 웃돈다. ‘괴롭히기식’ 민사소송을 당한 사람으로선 소송을 당해 변호사만 고용하더라도 수백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는 “자기명의로 재산이 없고 이미 재산을 빼돌린 악질적인 소송상대방에게는 결국 추심 문제가 남는데 이에 대한 구제책이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