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호화 공중화장실(사진) 설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화장실 혁명’을 강조한 것을 계기로 지방정부가 앞다퉈 호화 화장실 짓기에 나서면서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TV·냉장고까지 구비… 중국 '화장실 혁명' 과열에 제동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진자오 중국 국가관광국 국장은 최근 지방정부와 연 회의에서 “사치와 과시의 상징인 호화 공중화장실 건설을 당장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공중화장실은 악취와 불결함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악명이 높았다. 칸막이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화장실이 허다했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화장실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공중화장실이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 국가관광국은 2015년 4월부터 3개년 계획을 세워 200억위안(약 3조28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현대식 화장실 7만여 개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5성급 호텔 화장실에 버금갈 정도의 호화 공중화장실이 곳곳에 지어졌다. 지난해 충칭시 시우후공원에 들어선 화장실에는 TV를 비롯해 와이파이 장치, 휴대폰 충전기, 분수, 자동 구두닦이 기계 등이 갖춰져 있다. 충칭시는 이 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100만위안(약 1억6000만원)을 들였다. 쓰촨성 청두시의 한 관광지 화장실엔 소파, 냉장고,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화 공중화장실 설치에 시민들은 “화장실은 본질적으로 화장실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5성급 화장실’ 설치를 중단하는 한편 쓰촨성 시안시에서 도입한 ‘화장실 책임자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SCMP는 “그동안 지방정부 관료들은 시 주석의 지시사항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실행에 나섰다”며 “호화 공중화장실 논란도 시 주석에 대한 충성 경쟁에서 빚어졌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