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홀로 회진·당직까지 중노동에 간호사도 3년 못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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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중환자실 근무 전문의의 호소
건보수가 낮아 병원도 경영난
이대목동병원 사태 되풀이 구조
건보수가 낮아 병원도 경영난
이대목동병원 사태 되풀이 구조
“혼자 365일 24시간 온콜 당직(전화가 오면 언제든 병원으로 호출되는 당직체계)을 서다 보니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화장실 갈 때도 항상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주말에 외출할 때면 병원과의 거리와 소요시간을 계산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국내 수도권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통해 ‘대한민국 신생아 중환자실의 실상’이라는 익명의 호소문을 배포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신생아 네 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국내 의료제도의 근본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A씨는 호소문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NICU 병상이 15개 이하인 중대형급 병원들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대부분 전문의 한 명이 병원을 지킨다. 주말에는 일반병동 회진을 돌고 1주일에 다섯 차례 외래 진료 업무까지 하다 보면 체력적 부담이 극심하다고 했다. 간호 인력도 늘 부족하다. 노동 강도가 높은 중환자실은 간호사 이직률이 높다. 3년 넘게 중환자실을 지키는 간호사가 드물 정도다. 새로 간호사가 들어오면 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손에 익으면 퇴사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각종 약과 처치를 많이 해야 하는 중환자실은 건강보험 수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야로 꼽힌다. 부적절한 치료라는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진료비 삭감 통보를 받는 일이 흔하다. 그 부담은 병원이 모두 짊어져야 한다.
병원 내 감염관리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 일도 쉽지 않다. A씨는 “아무리 손을 씻고 덧가운을 입어도 로타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간호사 한 명이 신생아 중환자 네 명을 담당하면서 한 명을 처치할 때마다 손 씻고 장갑 끼고 가운 입는 등의 절차를 정확히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의료진을 처벌하고 해당 병원을 폐쇄하면 병원과 의사가 NICU를 꺼리는 현상만 빚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A씨는 “의료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며 “다음 당사자는 나일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국내 수도권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통해 ‘대한민국 신생아 중환자실의 실상’이라는 익명의 호소문을 배포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신생아 네 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국내 의료제도의 근본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A씨는 호소문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NICU 병상이 15개 이하인 중대형급 병원들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대부분 전문의 한 명이 병원을 지킨다. 주말에는 일반병동 회진을 돌고 1주일에 다섯 차례 외래 진료 업무까지 하다 보면 체력적 부담이 극심하다고 했다. 간호 인력도 늘 부족하다. 노동 강도가 높은 중환자실은 간호사 이직률이 높다. 3년 넘게 중환자실을 지키는 간호사가 드물 정도다. 새로 간호사가 들어오면 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손에 익으면 퇴사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각종 약과 처치를 많이 해야 하는 중환자실은 건강보험 수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야로 꼽힌다. 부적절한 치료라는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진료비 삭감 통보를 받는 일이 흔하다. 그 부담은 병원이 모두 짊어져야 한다.
병원 내 감염관리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 일도 쉽지 않다. A씨는 “아무리 손을 씻고 덧가운을 입어도 로타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간호사 한 명이 신생아 중환자 네 명을 담당하면서 한 명을 처치할 때마다 손 씻고 장갑 끼고 가운 입는 등의 절차를 정확히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의료진을 처벌하고 해당 병원을 폐쇄하면 병원과 의사가 NICU를 꺼리는 현상만 빚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A씨는 “의료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며 “다음 당사자는 나일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