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AI 벤처 확보에 기업들 사활… 영국과 캐나다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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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10년새 50배 증가… 인공지능 관련성이 기업 실적에도 중요
벤처기업 설립 이전에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금 확보
공장도 R&D 설비도 필요하지 않아… 창조도시로 진화
벤처기업 설립 이전에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금 확보
공장도 R&D 설비도 필요하지 않아… 창조도시로 진화
인공지능 벤처투자 급증 주목
세계 벤처업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AI 벤처 투자는 전년보다 두 배 늘었다. 올해는 더욱 증가할 태세다. 기업의 인수합병(M&A) 건수도 기하급수적이다. AI 벤처에 눈독을 들이는 건 비단 테크기업만이 아니다. 자동차 전자 섬유 등 모든 업종에서 공통적으로 빚어지는 현상이다. 관련 업종을 전공한 박사들은 아이디어가 없어도 팔려나간다. 미국 중국은 물론 영국 캐나다 호주가 새로운 AI 벤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벌어진 지 불과 2년 만에 일어난 상황이다.
조너선 해스컬과 스타이언 웰스테이크 교수는 이런 국면을 ‘손에 만질 수 없는(intangible)경제’의 부상이라고 불렀다. 벤처 투자의 급증은 AI가 주도하는 경제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기업 정보제공업체 피치북은 지난해 AI 관련 투자는 108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2016년 57억달러에 비해 두 배 수준에 이르는 수치다. 글로벌 벤처 투자액이 전년 대비 18% 줄어든 것과 크게 대비된다. 10년 전인 2007년에는 불과 2억달러에 머물렀던 AI 벤처 투자다. 10년 새 50배로 증가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투자 건수 또한 1300건가량으로 전년 대비 약 100건 이상 증가했다. 모든 벤처가 AI로 향하고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들린다. M&A 또한 213억달러(이코노미스트지 추산)에 이르고 있다. 2015년에 비해 26배나 증가했다. 상장사들은 이제 실적 발표 때마다 빅데이터보다 AI를 훨씬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AI 관련성이 그 기업의 실적과 직접 연결되는 상황이다.
기업 관행 바꾸는 AI
벤처투자가들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AI 기술이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나 관행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데이터 및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벤처에 주목한다. 이미 대부분 기업은 AI를 기업 관행을 바꾸는 터미네이터로 인식하고 있는 터다.
액센츄어 연구원 래디 다운스와 폴 누네스가 250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AI가 3년 이내에 개발과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프로세스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AI를 직접 활용하는 구글이나 아마존의 공습도 직접 경험하고 있다. AI 전문 벤처에 투자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업종의 기업들이 AI 벤처를 찾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출자금 1억달러를 들여 도요타 AI벤처스를 설립했다. 이미 스타트업을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폭스바겐도 똑같이 AI 벤처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소니 등 전자기업들도 이 같은 AI 벤처 육성사업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 역시 AI 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존 상품과 시장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동안 AI 벤처들은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미래를 대비한 인재 투자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금 대기업들은 이런 벤처들을 원하고 있다.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사고 싶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국 영국 부상
무엇보다 이런 벤처들이 캐나다와 영국에서 증가했다는 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미국에서 인공지능 일자리가 2013년 이후 4.5배 증가했지만 영국과 캐나다는 더욱 많이 늘어났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이 영국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에는 13억4000만파운드(1조9350만원)가 투자됐다. 2016년 대비 50% 늘었다. 아마존과 애플 구글 등도 영국에 투자했다고 선언한 터다. 영국 언론들은 독일 베를린보다 무려 네 배나 많은 AI 투자에 환호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게 영국이다.
캐나다에서는 AI 관련 일자리가 2003년 이후 무려 400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기계학습과 딥러닝에 관련된 일자리 증가다. 캐나다는 무엇보다 토론토대나 몬트리올대 등 대학에서 AI 연구가 강하다. 딥마인드 세계 최고의 권위자들이 포진해 있다. 더구나 캐나다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에 따라 인재들이 유입되는 반사적 이익도 있다. 모든 나라가 캐나다를 주목하는 이유다. 캐나다는 지난해 18억달러의 벤처 투자를 받았다. 전년 대비 두 배가 늘었다. 구글은 AI 리서치 랩을 캐나다 에드먼턴에 앨버타대와 공동으로 설립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몬트리올에 AI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연구팀을 캐나다에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AI 벤처는 물론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특색이다. 대학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영국의 AI 벤처 투자기업 가운데 80%는 런던에 있다. 캐나다의 벤처들도 토론토와 밴쿠버 몬트리올 등에 자리잡고 있다. 토론토대와 몬트리올대에는 한국 기업은 물론 세계 모든 기업이 모여들고 있다.
창조 도시에서 AI 벤처 활발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제시한 ‘창조도시’ 개념이 AI 시대에 더욱 먹히고 있는 것이다. 공장 설비나 어떤 시설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대도시가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기에도 오히려 수월하다.
그만큼 AI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다. 구글이 뉴욕과 토론토 런던 등지에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세운 것도 그런 배경이다. 구글은 세계 인공지능 석학 100명 중 절반인 50명을 보유하고 있다. 리서치센터의 임무는 물론 데이터 확보 및 관련 인재를 찾는 일이다.
최근 베이징에도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세웠다. 중국 AI 기업들의 강점이 바로 데이터의 양이다.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중국에서 중국 인재들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AI 박사들의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딥러닝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관련 박사학위만 있으면 투자를 쉽게 받을 수있다.
AI 인재확보에 한국은 한참 멀어
인공지능 상품을 만들기 전에 기업을 먼저 인수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벤처캐피털 형태도 바뀌고 있다. 심지어 벤처를 찾는 데 인공지능을 쓰는 경우도 있다. 벤처캐피털이 직접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활용해 AI 벤처들을 찾고 있다.
한국의 AI 벤처 투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오히려 많은 기업이 외국의 대학이나 기업들을 두드린다. AI 관련 논문 순위에서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은 한참 멀었다. 닛케이와 엘스비어가 2012~2016년 AI 관련 논문을 많이 내는 대학과 기업 100대 순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고려대가 겨우 97위를 했을 뿐이다. 특허 건수도 신통찮다. 지금 뒤처지면 영원히 AI시장에서 멀어진다. 국내 기업들도 결국 해외에서 벤처를 찾게 된다. 정말 중요한 시기다.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세계 벤처업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AI 벤처 투자는 전년보다 두 배 늘었다. 올해는 더욱 증가할 태세다. 기업의 인수합병(M&A) 건수도 기하급수적이다. AI 벤처에 눈독을 들이는 건 비단 테크기업만이 아니다. 자동차 전자 섬유 등 모든 업종에서 공통적으로 빚어지는 현상이다. 관련 업종을 전공한 박사들은 아이디어가 없어도 팔려나간다. 미국 중국은 물론 영국 캐나다 호주가 새로운 AI 벤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벌어진 지 불과 2년 만에 일어난 상황이다.
조너선 해스컬과 스타이언 웰스테이크 교수는 이런 국면을 ‘손에 만질 수 없는(intangible)경제’의 부상이라고 불렀다. 벤처 투자의 급증은 AI가 주도하는 경제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기업 정보제공업체 피치북은 지난해 AI 관련 투자는 108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2016년 57억달러에 비해 두 배 수준에 이르는 수치다. 글로벌 벤처 투자액이 전년 대비 18% 줄어든 것과 크게 대비된다. 10년 전인 2007년에는 불과 2억달러에 머물렀던 AI 벤처 투자다. 10년 새 50배로 증가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투자 건수 또한 1300건가량으로 전년 대비 약 100건 이상 증가했다. 모든 벤처가 AI로 향하고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들린다. M&A 또한 213억달러(이코노미스트지 추산)에 이르고 있다. 2015년에 비해 26배나 증가했다. 상장사들은 이제 실적 발표 때마다 빅데이터보다 AI를 훨씬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AI 관련성이 그 기업의 실적과 직접 연결되는 상황이다.
기업 관행 바꾸는 AI
벤처투자가들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AI 기술이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나 관행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데이터 및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벤처에 주목한다. 이미 대부분 기업은 AI를 기업 관행을 바꾸는 터미네이터로 인식하고 있는 터다.
액센츄어 연구원 래디 다운스와 폴 누네스가 250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AI가 3년 이내에 개발과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프로세스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AI를 직접 활용하는 구글이나 아마존의 공습도 직접 경험하고 있다. AI 전문 벤처에 투자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업종의 기업들이 AI 벤처를 찾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출자금 1억달러를 들여 도요타 AI벤처스를 설립했다. 이미 스타트업을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폭스바겐도 똑같이 AI 벤처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소니 등 전자기업들도 이 같은 AI 벤처 육성사업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 역시 AI 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존 상품과 시장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동안 AI 벤처들은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미래를 대비한 인재 투자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금 대기업들은 이런 벤처들을 원하고 있다.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사고 싶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국 영국 부상
무엇보다 이런 벤처들이 캐나다와 영국에서 증가했다는 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미국에서 인공지능 일자리가 2013년 이후 4.5배 증가했지만 영국과 캐나다는 더욱 많이 늘어났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이 영국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에는 13억4000만파운드(1조9350만원)가 투자됐다. 2016년 대비 50% 늘었다. 아마존과 애플 구글 등도 영국에 투자했다고 선언한 터다. 영국 언론들은 독일 베를린보다 무려 네 배나 많은 AI 투자에 환호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게 영국이다.
캐나다에서는 AI 관련 일자리가 2003년 이후 무려 400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기계학습과 딥러닝에 관련된 일자리 증가다. 캐나다는 무엇보다 토론토대나 몬트리올대 등 대학에서 AI 연구가 강하다. 딥마인드 세계 최고의 권위자들이 포진해 있다. 더구나 캐나다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에 따라 인재들이 유입되는 반사적 이익도 있다. 모든 나라가 캐나다를 주목하는 이유다. 캐나다는 지난해 18억달러의 벤처 투자를 받았다. 전년 대비 두 배가 늘었다. 구글은 AI 리서치 랩을 캐나다 에드먼턴에 앨버타대와 공동으로 설립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몬트리올에 AI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연구팀을 캐나다에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AI 벤처는 물론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특색이다. 대학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영국의 AI 벤처 투자기업 가운데 80%는 런던에 있다. 캐나다의 벤처들도 토론토와 밴쿠버 몬트리올 등에 자리잡고 있다. 토론토대와 몬트리올대에는 한국 기업은 물론 세계 모든 기업이 모여들고 있다.
창조 도시에서 AI 벤처 활발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제시한 ‘창조도시’ 개념이 AI 시대에 더욱 먹히고 있는 것이다. 공장 설비나 어떤 시설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대도시가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기에도 오히려 수월하다.
그만큼 AI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다. 구글이 뉴욕과 토론토 런던 등지에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세운 것도 그런 배경이다. 구글은 세계 인공지능 석학 100명 중 절반인 50명을 보유하고 있다. 리서치센터의 임무는 물론 데이터 확보 및 관련 인재를 찾는 일이다.
최근 베이징에도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세웠다. 중국 AI 기업들의 강점이 바로 데이터의 양이다.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중국에서 중국 인재들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AI 박사들의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딥러닝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관련 박사학위만 있으면 투자를 쉽게 받을 수있다.
AI 인재확보에 한국은 한참 멀어
인공지능 상품을 만들기 전에 기업을 먼저 인수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벤처캐피털 형태도 바뀌고 있다. 심지어 벤처를 찾는 데 인공지능을 쓰는 경우도 있다. 벤처캐피털이 직접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활용해 AI 벤처들을 찾고 있다.
한국의 AI 벤처 투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오히려 많은 기업이 외국의 대학이나 기업들을 두드린다. AI 관련 논문 순위에서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은 한참 멀었다. 닛케이와 엘스비어가 2012~2016년 AI 관련 논문을 많이 내는 대학과 기업 100대 순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고려대가 겨우 97위를 했을 뿐이다. 특허 건수도 신통찮다. 지금 뒤처지면 영원히 AI시장에서 멀어진다. 국내 기업들도 결국 해외에서 벤처를 찾게 된다. 정말 중요한 시기다.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