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2018 삼성전자 CES 글로벌 프레스콘퍼런스’ 행사장.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이 연단에 오르자 뒤쪽 대형 스크린에 ‘2020 Intelligence of Things’라는 문구가 크게 비쳐졌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비전에 대해설명하고 있는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비전에 대해설명하고 있는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 문구에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2020은 목표 연도. 김 사장은 “2020년까지 모든 스마트기기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이라고 번역되는 IoT(Internet of Things)라는 용어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라는 단어를 섞어 살짝 비틀었다. 인터넷(Internet)이라고 단순히 표현하기엔 최근 기술이 너무 지능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사장은 “더 많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IoT를 구현하기 위해 기기 간 연결성을 넘어 지능화된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클라우드 통합 △앱(응용프로그램) 통합 △음성인식 확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클라우드 통합은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기기와 서비스를 삼성전자의 AI 플랫폼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연동시킨다는 의미다. 생활가전부터 스마트폰, 나아가 자동차까지 하나로 연결하고 데이터를 관리해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앱 통합은 삼성의 스마트싱스 앱을 일종의 ‘통합 리모컨’으로 만들어 모든 IoT 기기를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음성인식 확대’ 전략의 주역은 AI 비서인 ‘빅스비’가 담당한다. 모든 스마트기기를 음성인식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팀 백스터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소비자들의 삶에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연결성에 주목해 왔다”며 “올해는 그 약속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TV를 비롯해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에서 글로벌 수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다른 업체 제품과도 연동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기기와의 통합 연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는 1년에 5억 개 이상의 디바이스를 만든다”며 “(IT와) 디바이스를 함께 갖고 있는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AI와 IoT가 본격적으로 일상으로 스며드는 미래에도 삼성이 계속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전략을 짜게 된 밑바탕에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김 사장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별 제품·서비스를 초월한 사업구조 혁신 없이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회사 각 부문의 시너지와 외부 생태계 강화, 삼성 특유의 혁신 DNA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관련 시장을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