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 늘고 쇼트퍼트 자신 생겨"…12일 소니오픈 출격
PGA투어 19년 개근 최경주 "이렇게 설레보긴 오랜만"
"이렇게 시즌 시작이 기대되고 설레보기는 오랜만이다. 올해는 뭔가 해낼 수 있겠다 싶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유난히 쩌렁쩌렁 힘이 들어 있었다.

한국 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48)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9번째 시즌을 맞는다.

지난 2000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PGA투어에 진출했던 그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한해도 빠짐없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모두 8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는 PGA투어 생애 통산 상금 24위(3천214만 달러)가 말해주듯 단순히 오래 버틴 게 아니다.

19일(한국시간)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PGA투어 소니오픈에 출전하는 최경주를 전화로 만났다.

19년 차를 맞는 소감을 먼저 물어보자 "말로 표현이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 PGA투어에 진출했을 때 2년도 못 버틴다, 힘이 센 서양 선수들을 어떻게 당해내느냐고들 했다. 처음에는 5년이 목표였고 그다음에는 10년이 목표였는데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내년에도 여전히 PGA투어에서 뛸 최경주는 20년을 꼬박 채울 예정이다.

그는 "늘 준비를 잘 해왔던 게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건전한 생활습관과 아내의 내조를 포함한 가족의 응원도 빼놓을 수 없다. 후배들에게는 늘 화목한 가정생활과 건전한 삶을 권하는 이유다"

운동선수로서 체력 관리의 비밀도 살짝 공개했다.

"타고난 것도 있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도 거리를 내는 요령이 있었다. 역도를 해서 다져진 기본 체력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만의 특별한 훈련 방식 덕을 봤다"

최경주만의 특별한 훈련은 벙커에서 클럽을 내리찍는 이른바 '파리 잡기' 훈련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은 김하늘(30)이 최경주의 동계훈련 캠프에 참가했다가 동영상으로 찍어 소개해 화제가 됐던 훈련 방법이다.

"30년 동안 골프를 하면서 절반은 벙커에서 보냈다. 벙커에서 샷을 하면 잔디와 달리 몸에 충격이 없다.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벙커에서 클럽을 내리치는 훈련을 했는데 체력 강화, 타격 감각 향상 효과가 크다. 복근 단련 효과도 대단하다"

최경주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동계 훈련을 했다.

동계훈련장에서 곧바로 하와이로 건너온 그에게 올해 포부와 전망을 묻자 "다른 해보다 더 의욕이 넘친다. 기대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거리가 이제 경기를 풀어가는 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 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쇼트퍼트에 대한 숙제를 풀었다"

최경주는 전성기에 장타자는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비거리가 줄어 고민이었다.

최경주는 지난해 시즌 초반부터 과감하게 스윙 교정에 나섰고 이제 열매를 수확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작년 소니오픈에서 컷 탈락한 뒤 이래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후배 위창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작년 3월부터 페이드 구질 위주이던 스윙을 스트레이트 구질로 만들게끔 바꾸기로 했다. 성적은 계속 곤두박질쳤지만 열 달쯤 지나니까 거리도 늘고 안정됐다. 스윙하는데 몸이 아프지 않더라. 뭔가 할 수 있겠다 싶다. 이런 기분은 정말…"

최경주는 스윙만 바꾼 게 아니다. 클럽도 싹 바꿨다. 그는 올해 드라이버, 아이언, 그리고 퍼터를 모조리 핑 제품으로 무장했다.

"그동안 5피트(약 1.5m)가 넘는 거리 퍼트가 성공하기 힘든 퍼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퍼터 피팅 과정에서 알게 됐다. 원인을 찾았고 해결했다. 묵은 숙제가 풀렸다. 이제는 쇼트퍼트는 치면 들어가겠다고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바꾼 드라이버와 아이언 모두 마음에 쏙 든다"

비거리가 늘고 쇼트퍼트에 자신감이 쑥 오른 최경주는 "지금 컨디션과 파워라면 투어 대회 우승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미루고 미룬 통산 9승을 노려볼만 하다는 얘기다.

"일단 당면 목표는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는 거다. 그 전까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이번 소니오픈도 그렇고 파머스 인슈런스오픈, 제네시스오픈, 발스파 챔피언십 등에서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다. 소니오픈은 지난 2008년 최경주가 정상에 올랐던 좋은 추억이 있는 대회다"

한 번도 대회 코스가 바뀐 적이 없는 이 대회에 최경주는 11년 연속 출전한다.

"코스야 눈을 감아도 훤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계속 컷 탈락했다. 올해는 일단 컷 통과부터 해야지 않겠나. 욕심난다고 덤비는 나이는 아니다. 하하"

최경주는 몇 년 전부터 투어 선수로서 포부 못지않게 최경주 재단 운영에도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사회봉사와 자선, 그리고 꿈나무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최경주 재단은 올해 창설 10년째를 맞는다.

"재단을 설립했을 때 (재단 후원을 받는) 아이들이 강하고 반듯하게, 인성과 품성이 남다른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게 염원이었다. 10년이 지났는데 후원하시는 분들께 설립 당시 지녔던 초심을 잘 지켰다는 믿음을 줬다고 자부한다. 설립 취지와 뜻에 맞는 새로운 과업도 구상하는 중이니 지켜봐 달라"

최경주는 1968년생이지만 호적에는 1970년생이다.

호적상으로는 개띠인 셈이다.

'황금 개띠해'라는 2018년을 맞는 소감을 주문하자 "허허" 웃더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한번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대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