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DC형은 결정도 책임도 투자자 몫… 펀드처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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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DC형 퇴직연금 관리
퇴직연금 관리 지식·의지 부족
처음 추천 받은 펀드에 넣어두고
아예 방치하는 가입자가 대다수
연초에라도 수익률 체크해보고
부진한 펀드는 과감히 교체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퇴직연금 관리 지식·의지 부족
처음 추천 받은 펀드에 넣어두고
아예 방치하는 가입자가 대다수
연초에라도 수익률 체크해보고
부진한 펀드는 과감히 교체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새해를 맞은 직장인은 퇴직연금 점검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수익률을 살펴보고 운용방법 변경 여부를 판단하기엔 연초가 알맞은 시기라서다. 운용 책임을 회사가 지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확정기여(DC)형은 투자 판단 책임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연초 점검이 특히 중요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근로자 543만9000명이 퇴직연금에 가입했고 이 가운데 40.3%가 DC형이다.
DC형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펀드 투자다. 노후자금인 만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동시에 투자 기회를 살려 수익률도 높여야 한다.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투자자라면 문제될 게 없다. 거래 비용을 감안하면서 자신의 위험수용 성향에 맞춰 결정된 자산배분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을 조정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합리적 투자자와 거리가 먼 사람이 대부분이다. 회사 담당자 등 다른 사람의 권유에 못 이겨 DC형으로 바꾸긴 했지만 안정성만을 따져 수익률을 포기하고 원리금보장형에 넣어두는 사람이 많다. DC형으로 바꿀 때 금융회사 담당자가 추천한 펀드에 투자한 뒤 펀드 교체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이처럼 합리적 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를 행동경제학은 전통경제학의 두 가지 묵시적 가정에서 찾는다. 첫째 합리적 투자자는 최적의 자산배분을 위한 금융지식이 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둘째 합리적 투자자는 최적의 자산배분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의지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현실은 다르다. 한마디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지식도, 의지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성인 1190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이해도를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11개 문항의 평균점수가 3.38점(11점 만점 기준)에 불과했다. 11개 문항 중 ‘가입자가 운용 상품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의 적립금을 수익률이 높은 자동운용상품에 투자한다’는 데 단지 18%의 응답자만이 정답(거짓)을 맞혔다. DC형 퇴직연금은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상품의 만기 이전에 해지해도 약정 이율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문항의 정답(거짓)자 비율은 29%에 그쳤다. ‘DB의 경우 사용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하고, DC와 기업형 IRP의 경우 근로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한다’는 문항의 정답(참)을 맞힌 사람도 34%에 불과했다. 이렇듯 퇴직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고 금융투자 관련 지식도 충분치 않다 보니 많은 사람이 자신의 퇴직연금을 사실상 방치해둔 실정이다.
의지 부족은 ‘타성’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두드러진다. DC형 퇴직연금 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장기적으로 분명히 이익이 되는데도 눈앞의 일이 급해 장기적 이익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핑계를 찾게 된다. 이런 타성 탓에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보다 퇴직연금 도입이 빨랐던 선진국에서도 타성 문제가 나타났다. 미국은 1990년대 말 퇴직연금 가입자의 87%가 1년 동안 한 번도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다. 호주와 스웨덴에서 10년 동안 자산배분 변경을 하지 않은 DC형 가입자 비율이 각각 82%와 69%라는 조사도 있다.
국내 한 대기업 DC형 가입자의 투자행동을 5년간 관찰한 연구를 보면, 연평균 자산배분 변경 횟수가 0.38회에 그쳤다. 단 한 번도 자산배분을 바꾸지 않은 사람은 81%에 달했다. DC형 가입자의 의지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DC형 퇴직연금은 펀드 투자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수익률을 살펴보고 부진하면 펀드를 교체해야 한다. 퇴직연금 관리를 자주 할 수 없다면 1년에 한 번, 연초에라도 해보자. 어떤 펀드가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들다면 자신이 퇴직연금을 가입한 금융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추천이라도 받아 보자. 관심과 시간을 들이는 만큼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DC형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펀드 투자다. 노후자금인 만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동시에 투자 기회를 살려 수익률도 높여야 한다.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투자자라면 문제될 게 없다. 거래 비용을 감안하면서 자신의 위험수용 성향에 맞춰 결정된 자산배분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을 조정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합리적 투자자와 거리가 먼 사람이 대부분이다. 회사 담당자 등 다른 사람의 권유에 못 이겨 DC형으로 바꾸긴 했지만 안정성만을 따져 수익률을 포기하고 원리금보장형에 넣어두는 사람이 많다. DC형으로 바꿀 때 금융회사 담당자가 추천한 펀드에 투자한 뒤 펀드 교체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이처럼 합리적 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를 행동경제학은 전통경제학의 두 가지 묵시적 가정에서 찾는다. 첫째 합리적 투자자는 최적의 자산배분을 위한 금융지식이 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둘째 합리적 투자자는 최적의 자산배분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의지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현실은 다르다. 한마디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지식도, 의지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성인 1190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이해도를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11개 문항의 평균점수가 3.38점(11점 만점 기준)에 불과했다. 11개 문항 중 ‘가입자가 운용 상품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의 적립금을 수익률이 높은 자동운용상품에 투자한다’는 데 단지 18%의 응답자만이 정답(거짓)을 맞혔다. DC형 퇴직연금은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상품의 만기 이전에 해지해도 약정 이율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문항의 정답(거짓)자 비율은 29%에 그쳤다. ‘DB의 경우 사용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하고, DC와 기업형 IRP의 경우 근로자가 운용상품을 선택한다’는 문항의 정답(참)을 맞힌 사람도 34%에 불과했다. 이렇듯 퇴직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고 금융투자 관련 지식도 충분치 않다 보니 많은 사람이 자신의 퇴직연금을 사실상 방치해둔 실정이다.
의지 부족은 ‘타성’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두드러진다. DC형 퇴직연금 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장기적으로 분명히 이익이 되는데도 눈앞의 일이 급해 장기적 이익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핑계를 찾게 된다. 이런 타성 탓에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보다 퇴직연금 도입이 빨랐던 선진국에서도 타성 문제가 나타났다. 미국은 1990년대 말 퇴직연금 가입자의 87%가 1년 동안 한 번도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다. 호주와 스웨덴에서 10년 동안 자산배분 변경을 하지 않은 DC형 가입자 비율이 각각 82%와 69%라는 조사도 있다.
국내 한 대기업 DC형 가입자의 투자행동을 5년간 관찰한 연구를 보면, 연평균 자산배분 변경 횟수가 0.38회에 그쳤다. 단 한 번도 자산배분을 바꾸지 않은 사람은 81%에 달했다. DC형 가입자의 의지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DC형 퇴직연금은 펀드 투자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수익률을 살펴보고 부진하면 펀드를 교체해야 한다. 퇴직연금 관리를 자주 할 수 없다면 1년에 한 번, 연초에라도 해보자. 어떤 펀드가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들다면 자신이 퇴직연금을 가입한 금융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추천이라도 받아 보자. 관심과 시간을 들이는 만큼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