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때였다. 토드 로저스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니커슨 노트르담대 교수는 공동연구를 하나 했다. 누군가 어떤 사람이 간단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면 그 사람은 의도에 따라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란 가설에 대한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민주당 경선에 투표하는 30만 명의 사람들을 분류했다. 한 그룹엔 다가오는 선거일, 선거권에 대해 안내만 했다. 두 번째 그룹엔 이번에 투표할지 여부를 물었다. 세 번째 그룹엔 몇 시에 투표할지, 어디에서 출발해서 갈 것인지, 투표에 앞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보다 2%포인트 정도 더 높은 투표율을 보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세 번째엔 더 큰 효과가 나타났다. 예상 투표율이 4.1%포인트 높게 나온 것이다. 그리고 실제 투표율은 9.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목표를 ‘투표’ 하나로만 간단하고 명확하게 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작고 상세하게 세우도록 유도한 덕분이었다.

《씽크 스몰(Think small》은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의 ‘넛지(nudge)’ 이론을 이같이 실제 일상과 사회에 접목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활용법을 제시한다. 세일러 교수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넛지팀’의 멤버인 오웨인 서비스, 로리 갤러거가 집필했다. 넛지팀은 2010년 100여 명이 넘는 학자가 영국에서 세운 사회적 기업 ‘행동통찰팀’을 이른다.

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란 뜻의 단어다. 세일러 교수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기존의 넛지가 누군가의 개입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나아가 스스로 인생과 일을 조율해가는 ‘셀프 넛지’법을 소개한다. 셀프 넛지는 일곱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1단계는 ‘결정’이다.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고 명확한 대상과 기한을 설정해야 한다. 목표는 최대한 작은 단계들로 나눠야 한다. 2단계는 ‘계획’이다.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습관화해야 한다. 3단계는 ‘약속’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속을 하고 주변에 공표하는 방식이다. 약속을 이행하기에 앞서 미리 써두거나, 이행 후 옆에 사인을 하는 것처럼 ‘쓰는 약속’은 놀라울 정도로 큰 효과를 발휘한다. 4단계에선 동기 부여를 위한 ‘보상’, 5단계는 주변 사람들과 목적을 공유하고 도움을 받으며 ‘목표 달성’이 이뤄져야 한다.

6단계에선 적절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많은 사고가 나자 교통공학 전문가들이 고민 끝에 피드백을 활용하기로 했다. 단순히 그 영역을 무사히 지나는 ‘목표’만 달성하게 한 것이 아니라 영역을 통과한 직후 ‘지금 당신의 속도는’이란 글자와 속도를 전광판에 띄워 운전자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러자 10%가량 속도가 줄었다. 7단계는 ‘노력’이다. 그간의 과정을 집중해서 돌아보고 목표 달성의 순간을 축하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강조한다. “누구나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이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작고 구체적인’ 과정이 없으면 쉽지 않다. 큰 것을 원한다면 작게 생각하고 작은 것을 계획하라.”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