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빛》은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해 손택의 포스트모던·포스트구조주의 후계자들이 품고 있는 경멸”을 반박하는 비평서다.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관음증을 부추기고, 자극에 지쳐 참상에 둔감해지는 ‘동정 피로’를 유발한다며 ‘재난 포르노그래피’라고 비난하는 시선들을 비판한 것이다. 이런 관점이 과연 온당한지, 이런 사진들을 보는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여러 각도에서 검토한다.
저자인 수전 린필드 뉴욕대 언론학부 교수는 사진을 혐오하는 현대비평가들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화가를 처형하라고 외치던 성난 무슬림 군중과 겹쳐 놓으며 “이미지를 증오하고 검열하는 후진성에선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진을 냉소적 시각으로 조각조각 해체하기보다 사진에 반응하고 사진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작가 제임스 에이지가 ‘존재의 무정한 빛’이라고 부른 사진에 눈길을 돌려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사진은 존재를 들여다보게 하는 좋은 도구”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야말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열쇠”라고 말한다. 카메라가 이끌어내는 ‘공감의 도약’을 확신하며, 사진이 희생자들과 ‘연대’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현영 옮김, 바다, 460쪽, 2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