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 변호인 공익적 역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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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형사사건과 성공보수
(대법원 2015년 7월23일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
(대법원 2015년 7월23일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
공정한 형사절차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스스로를 변명하고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체포·구속이나 처벌·보안 처분에 관해 적법 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여러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면서,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한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과 각종 절차적 권리를 실질적·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법적 장치가 변호사 제도다. 따라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나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와 마찬가지로 변호사도 형사절차를 통한 정의 실현이라는 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2015년 7월23일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물음의 답을 주고 있다.
“성공 사례금 1억원 반환해야” 제소
이 사건의 원고는 아버지인 X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사건으로 구속되자, 변호사인 피고를 X의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X가 석방되면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원고는 피고가 X에 대한 보석허가 신청을 하자 1억원을 지급했고 그 후 X에게 보석허가 결정이 났다. X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이 철회된 뒤 같은 형이 선고돼 그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1억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억원은 담당 판사 등에 대한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수익자인 피고의 불법성이 원고의 불법성보다 훨씬 큰 경우에 해당하고, 설령 성공보수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경중, 사건 처리의 경과 및 난이도,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는 지나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사인 피고는 1억원은 석방에 대한 사례금을 먼저 받은 것이고 부당하게 과다한 것도 아니어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불법성 없다” 반환의무 부정한 1심
1심에서는 불법성이 없다며 변호사의 반환의무를 부정했고, 항소심에서는 성공보수 자체는 유효하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지나치게 과중하므로 일부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향후 체결되는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변호사가 위임사무 처리의 대가로 받는 보수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자유로운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성공보수 약정은 여러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그동안 대법원은 수임한 사건의 종류나 특성을 구별하지 않고 성공보수 약정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또 대한변호사협회가 1983년 제정한 ‘변호사 보수 기준에 관한 규칙’이나 형사사건 수임약정서에도 성과보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어 당사자 사이에 당연히 지급돼야 할 정상적인 보수까지도 성공보수 방식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았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종래 이뤄진 보수 약정이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 의해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향후에도 성공보수 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성공보수는 형사사법에 불신 초래”
종래 대법원은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5년 4월25일 선고 94다57626 판결, 대법원 2002년 4월12일 선고 2000다50190 판결 등). 이에 관해 ① 성공보수 약정은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소송 당사자에게 유리한 면이 있고, 변호사에게 승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변론하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도 무효가 아니라는 견해 ②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법원과 당사자로부터 독립해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가 무리한 변론이나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민사와 형사사건 모두 성공보수를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 ③ 형사사건은 민사사건과는 달리 공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성공보수 약정의 부정적인 면이 강하고, 일반 국민에게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므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공서양속(公序良俗: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는 견해가 대립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③의 견해를 취했다. 그동안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인정한 종래의 견해를 변경해 무효라고 밝힌 것이다.
합리적 보수체계 마련해야
위 판결은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성공보수가 문제시되는 것은 성공보수라는 변호사 보수의 지급 내역이 아니라 고액의 성공보수, 즉 정상적 수준을 넘는 액수다. 의뢰인으로서도 억울한 자신을 위해 정열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줄 변호사가 필요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변호사들 때문에 오히려 검사 측에서 성공보수 제도의 규제를 주장해왔다고 하니 사건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도외시하고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조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위 판결의 판시처럼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절차나 법조 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그 법적 효력에 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데 공론화 절차 없이 판례 변경의 장래효(將來效)만을 인정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한편 2015년 8월12일 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2015헌마784)이 제기돼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위 판결이 목적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선변호사 제도를 포함한 법률구조 제도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또 위 판결 이후 형사사건의 변호사 보수가 오히려 상승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제도로 보수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판례 변경의 '장래효'는 사법이 아닌 입법…허용 말아야
우리 판례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 변경된 판례의 소급적용을 당연히 전제했다. 그런데 ‘2015다200111’ 판결은 이후 사건에만 적용하고 당해 사건에도 소급효를 부정했다. 재판은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대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 판결과 같이 당해 사건의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장래에 대해서만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장래효만을 갖는 판례 변경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시도했고, 이후 독일 연방대법원도 이 법리를 수용했으나 그 외 다른 나라에서는 채택하지 않았다. 판례 변경의 장래효는 사법이 아니라 입법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되면 안 된다.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
이처럼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한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과 각종 절차적 권리를 실질적·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법적 장치가 변호사 제도다. 따라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나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와 마찬가지로 변호사도 형사절차를 통한 정의 실현이라는 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2015년 7월23일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물음의 답을 주고 있다.
“성공 사례금 1억원 반환해야” 제소
이 사건의 원고는 아버지인 X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사건으로 구속되자, 변호사인 피고를 X의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X가 석방되면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원고는 피고가 X에 대한 보석허가 신청을 하자 1억원을 지급했고 그 후 X에게 보석허가 결정이 났다. X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이 철회된 뒤 같은 형이 선고돼 그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1억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억원은 담당 판사 등에 대한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수익자인 피고의 불법성이 원고의 불법성보다 훨씬 큰 경우에 해당하고, 설령 성공보수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경중, 사건 처리의 경과 및 난이도,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는 지나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사인 피고는 1억원은 석방에 대한 사례금을 먼저 받은 것이고 부당하게 과다한 것도 아니어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불법성 없다” 반환의무 부정한 1심
1심에서는 불법성이 없다며 변호사의 반환의무를 부정했고, 항소심에서는 성공보수 자체는 유효하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지나치게 과중하므로 일부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향후 체결되는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변호사가 위임사무 처리의 대가로 받는 보수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자유로운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성공보수 약정은 여러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그동안 대법원은 수임한 사건의 종류나 특성을 구별하지 않고 성공보수 약정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또 대한변호사협회가 1983년 제정한 ‘변호사 보수 기준에 관한 규칙’이나 형사사건 수임약정서에도 성과보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어 당사자 사이에 당연히 지급돼야 할 정상적인 보수까지도 성공보수 방식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았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종래 이뤄진 보수 약정이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 의해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향후에도 성공보수 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성공보수는 형사사법에 불신 초래”
종래 대법원은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5년 4월25일 선고 94다57626 판결, 대법원 2002년 4월12일 선고 2000다50190 판결 등). 이에 관해 ① 성공보수 약정은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소송 당사자에게 유리한 면이 있고, 변호사에게 승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변론하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도 무효가 아니라는 견해 ②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법원과 당사자로부터 독립해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가 무리한 변론이나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민사와 형사사건 모두 성공보수를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 ③ 형사사건은 민사사건과는 달리 공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성공보수 약정의 부정적인 면이 강하고, 일반 국민에게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므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공서양속(公序良俗: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는 견해가 대립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③의 견해를 취했다. 그동안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인정한 종래의 견해를 변경해 무효라고 밝힌 것이다.
합리적 보수체계 마련해야
위 판결은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성공보수가 문제시되는 것은 성공보수라는 변호사 보수의 지급 내역이 아니라 고액의 성공보수, 즉 정상적 수준을 넘는 액수다. 의뢰인으로서도 억울한 자신을 위해 정열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줄 변호사가 필요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변호사들 때문에 오히려 검사 측에서 성공보수 제도의 규제를 주장해왔다고 하니 사건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도외시하고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조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위 판결의 판시처럼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절차나 법조 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그 법적 효력에 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데 공론화 절차 없이 판례 변경의 장래효(將來效)만을 인정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한편 2015년 8월12일 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2015헌마784)이 제기돼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위 판결이 목적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선변호사 제도를 포함한 법률구조 제도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또 위 판결 이후 형사사건의 변호사 보수가 오히려 상승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제도로 보수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판례 변경의 '장래효'는 사법이 아닌 입법…허용 말아야
우리 판례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 변경된 판례의 소급적용을 당연히 전제했다. 그런데 ‘2015다200111’ 판결은 이후 사건에만 적용하고 당해 사건에도 소급효를 부정했다. 재판은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대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 판결과 같이 당해 사건의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장래에 대해서만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장래효만을 갖는 판례 변경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시도했고, 이후 독일 연방대법원도 이 법리를 수용했으나 그 외 다른 나라에서는 채택하지 않았다. 판례 변경의 장래효는 사법이 아니라 입법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되면 안 된다.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