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어린이집들, 뒤늦게 사실 파악
"일정 촉박, 전달·확인절차 미흡 문제"
탄력보육이란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를 규정보다 1~3명 초과해 보육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은 교사 1인당 만1세 미만 3명, 만1세 5명, 만2세 7명, 만3세 15명, 만4세 이상 20명까지 돌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이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해 복지부는 만1세 1명, 만2세 2명, 만3세 이상 3명 범위에서 탄력 편성을 허용해왔다.
12일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 내용이 바뀌었다. 구체적인 탄력보육 제한 규정을 둔 게 골자다. ‘2018년 보육사업 안내’ 지침은 “(어린이집이) 새 학기에 기존 재원 아동을 상급반으로 편성할 때 반별 정원을 초과하는 경우, 또는 3~5월 아동 퇴소 등으로 기존 반 통폐합 시 잔류 아동이 반별 정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탄력 편성을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그러자 기존대로 탄력보육 허용치에 맞춰 입학 지원을 받은 상당수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생겼다. 규정을 초과한 탄력 편성 아동 인원만큼 입학을 취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각 지역 온라인 맘카페에는 “어린이집 입학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시·도 지방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초 일선 어린이집에 탄력보육 제한 지침이 전달됐고, 어린이집이 다시 학부모에게 연락하면서 뒤늦게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인 한 워킹맘은 “아이 입학이 확정돼 알아보던 다른 어린이집은 모두 취소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입학 취소라니 황당하다”며 “인근 어린이집은 이미 정원이 다 찼다. 차로 수십 분 거리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정 안 되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복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복지부와 어린이집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중앙정부에서 일선 어린이집까지의 전달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초 탄력보육 관련 규정이 변경될 수 있으니 정원을 확정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신학기 입학을 위해 여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이 내용을 분명히 공지했다”고 했다. 이어 12월 말 탄력보육 제한 규정을 확정해 각 지자체에 알렸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집은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서도 복지부 안내사항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관행대로 인원을 탄력 편성한 이유다. 그러다가 지침 확정과 각 단계 지자체를 거쳐 해가 바뀌고 나서야 탄력보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변경 사실을 알게 됐다.
수도권 소재 어린이집 원장은 “며칠 전에 탄력보육 폐기 내용을 전달받아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며 “이미 11월에 입학 절차를 진행했는데 확정 및 통보 시기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 안내 내용에 대해서도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확인했지만 미처 못 봤다”고 덧붙였다.
교사 1인당 아동 수 규정을 지켜 보육환경을 개선하자는 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과도한 탄력보육으로 교사가 돌보는 아동 수가 늘면 근무강도가 올라가고 자칫 아동학대 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서다. 단 적용 시기가 올 3월부터로 촉박한 데다 전달·확인 과정이 미흡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기존 탄력보육 정원 기준에 맞춰 입학 허락을 받았다가 갑자기 취소돼 마땅한 대안도 마련하기 어려운 아동과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한 학부모는 “탄력보육 금지 방침이었다면 아예 정해진 인원 이상 모집 못하도록 시스템을 막아놓거나, 입학 시즌에 어린이집을 모니터링해 조치만 취했어도 지금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탄력보육 여부와 직결된 재원 아동의 상급반 진학 규모는 어린이집 원장만 알고 있어 시스템 상에서 인원을 정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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