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단숨에 900선 가까이 근접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삿짐’을 싸는 셀트리온을 제외하면 코스닥지수도 별로 오른 게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독주를 바탕으로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던 때와 비슷하다. 시가총액 1000억원 이하인 코스닥 중소형주는 소외받고 있다.
3000억 코스닥펀드 '이상과 현실 사이'
시장에선 코스닥 활성화 방안의 하나인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펀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 펀드는 코스닥 대형주가 아니라 시총 하위 50%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하지만 투자 대상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아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 빼면 코스닥 ‘제자리’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지수(873.05)가 9.34% 오르는 동안 코스닥150지수는 15.89% 뛰었다. 이 기간 셀트리온이 54.45% 급등하면서 시총 상위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연기금, 벤처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기관 자금이 코스닥 시총 상위주 중심으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바탕이 됐다.

시장 전체로 보면 상승 종목이 많지 않다. 급등 사이드카가 발동한 지난 12일 코스닥시장에서 오른 종목은 365개(28.83%)에 불과했다. 코스닥지수가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10곳 중 7곳은 하락하거나 보합에 그쳤다는 얘기다.

중소형주들은 코스닥 스케일업펀드의 투자를 고대하고 있다. 이 펀드는 상반기 안에 3000억원을 모아 △코스닥 시총 하위 50% 종목 △기관 비중이 낮은 종목 △3년간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못 한 기업 △기술 특례상장 기업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시총 하위 50% 종목은 시총 945억원 이하로 633곳(12일 종가 기준)에 해당한다. 기업 수는 많지만 시가총액 총계는 33조1905억원으로 코스닥 전체의 10.63% 수준이다. 셀트리온(41조8906억원) 하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대상군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3000억원은 큰 액수”라며 “코스닥 스케일업펀드가 활성화 방안 중 가장 직접적이고 정책 효과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대 높지만 부작용 우려도

정책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코스닥 스케일업펀드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총 하위 종목 633개사의 영업이익(지난해 3분기 누적 개별기준)은 4695억원(전체의 6.45%)에 불과하다. 10곳 중 4곳은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외면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실적을 추정하는 중소형주는 파버나인 비디아이 포메탈 인포마크 등 15곳에 불과하다. 추정 증권사도 각각 한 곳에 그쳐 신뢰성이 높지 않다.

기술성을 인정받은 특례상장 기업도 많지 않다. 2005년 이후 신라젠 바이로메드 등 총 44곳이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는데, 시총 1000억원 이하인 곳은 씨트리 나이벡 인트로메딕 옵토팩 등 12곳뿐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스케일업펀드 조성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소형주는 거래 유동성이 받쳐주지 않아 실제 투자 대상을 정하기 어렵다”며 “펀드 수익을 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매니저는 “기관 비중이 낮은 개인 단타 종목에 투자했다가는 자칫 시세 조종 세력으로 오인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