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이해상충 문제로 갈등"
양사 경영진 사외이사서 제외
콘텐츠 소비 환경 다양해져
넷플릭스·아마존 등 IT기업들도
자체 영화·드라마 제작 주력
디즈니 "넷플릭스에 공급 끊겠다"
21세기폭스·훌루 인수로 맞대응
◆콘텐츠업계 동지에서 적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디즈니의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례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샌드버그 COO와 도시 CEO가 오는 3월 디즈니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디즈니 대변인은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사업과 샌드버그와 도시 CEO의 사업이 점점 더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져 이들이 연임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샌드버그는 2009년, 도시 CEO는 2013년 디즈니 사외이사로 지명됐다. 실리콘밸리 거물 중 한 명인 샌드버그는 한때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후계자로 거론됐으며 디즈니는 2016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트위터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자체 콘텐츠 개발·제작에까지 열을 올리자 디즈니는 이들을 경쟁자로 보게 됐다. 여기에 인터넷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시장 영향력을 키우면서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 간 긴장관계가 한층 심각해졌다.
FT는 “디즈니는 이해상충을 언급했지만 아이거 디즈니 CEO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여전히 애플과 페이스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전통적 미디어회사를 디지털 시대로 안내한 기술회사 임원들이 이제는 이해상충을 일으키는 존재로 간주되고 있다”고 평했다.
◆콘텐츠 시장 잠식하는 실리콘밸리
미국 영상 콘텐츠 시장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할리우드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공중파·케이블TV, 영화관, 인터넷 등으로 배포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이 급성장하면서 컴퓨터, 스마트폰, IPTV(인터넷TV)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세계 1억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TV채널의 안방극장을 잠식했다. 아마존도 유료회원제인 ‘프라임 서비스’를 활용해 영상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는 올해 80억달러(약 8조5200억원)를 자체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을 계획이며, 아마존도 연간 45억달러를 자체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자체 콘텐츠보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나 타사 콘텐츠를 유통해왔다. 그러나 이들도 점차 자체 콘텐츠 시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올해 자체 콘텐츠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위해 새 플랫폼 ‘워치’를 공개했다. 트위터도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리그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 생중계를 시작했다.
◆M&A로 반격 나선 디즈니
디즈니는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 시장에 진입하자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응수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12월 21세기폭스 자산 대부분을 524억달러에 인수하는 ‘빅딜’을 발표했다.
디즈니는 세계 소비자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 ESPN(스포츠), ABC방송 등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콘텐츠 기업이다. 영화에서도 스타워즈를 필두로 지난해 22억7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미국 영화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번 폭스 자산 인수로 에일리언, 혹성탈출, 심슨 가족, 다이하드, 엑스파일까지 디즈니의 콘텐츠 자산이 됐다.
막강한 콘텐츠 제작 기반을 갖춘 디즈니는 올해 말 ESPN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방침에 맞춰 디즈니는 지난해 8월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폭스 자산 인수로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인 훌루 지분을 60% 보유하면서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