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로보틱스 등 첨단 감사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제재로 인한 신규 감사계약 제한 기간이 끝나기 전에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 안진은 다음달부터 감사 업무에 ‘로보틱스 프로세스 오토메이션(RPA)’을 접목하기로 했다. 딜로이트 안진이 자체 개발한 RPA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감사 대상 기업의 재무 및 비재무적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술이다.

전용석 딜로이트 안진 회계감사본부장은 “감사 위험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것은 기본이고 포털과 대법원 사이트에서 기사와 소송 유무 등을 수시로 자동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하면 3~4시간 등 많은 시간이 걸리고 특정 요소를 빠뜨릴 위험도 있지만 자동화하면 1~2분 만에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딜로이트 미국 본사에서는 ‘스포트라이트’ 기술도 도입했다. 기업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분석해 일정 기간의 매출 및 매출원가 등 주요 항목의 추이를 실시간 보여준다. 이를 과거 추이와 비교해 회계처리 오류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 바로잡을 수 있다.

딜로이트 안진은 첨단 감사 기법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해 감사 품질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계법인은 지난해 4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여파로 신규 감사계약을 금지하는 제재를 받아 현대건설, LG유플러스, 삼성카드, 엔씨소프트 등과 재계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금지 대상은 ‘2017회계연도’였기 때문에 ‘2018회계연도’에 대한 감사계약을 따내는 것은 가능하다.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 대표는 “첨단 감사 기법은 시간 절감을 통한 품질 제고와 효율성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