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보건의료시스템 간 장벽을 넘어야
지난해 보건의료계의 가장 큰 화제는 북한 귀순 병사의 총상과 이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부실한 외상진료 체계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귀순 병사를 살려낸 이 교수의 헌신적인 활약상이었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 부끄러운 사례였다. 훌륭한 의사는 있지만 시스템이 없다는 씁쓸한 현실 말이다. 초기 환자이송은 우리 헬기가 아니라 미군 헬기가 맡았고, 치료는 군병원이 아니라 민간병원에서 했으며 나중에 군병원으로 이송됐다.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 적용 논란 끝에 결국 건강보험 수가와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통일부에서 내기로 했는데, 치료에 들어간 진료비는 다 지급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못 받는 치료비는 해당 병원과 고생한 의사의 누적된 짐으로 남는다고 한다. 미군 국방부 민간병원 보건복지부 통일부 등 관련 기관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명쾌하지 않을까. 누군가 명확히 결정을 내리거나, 내릴 권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외상센터 건립, 예산, 인력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니 (아직 해결된 것은 없지만) 이제는 시스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는 국민건강보험과 산업재해에 관련된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현역 군인을 위한 군의료시스템, 보훈공단이 운영하는 보훈병원 등 다양한 의료체계로 구성돼 있다. 우리 국민은 개개인이 다양한 의료시스템 한군데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예로, 외상환자 치료로 주목받은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는 소위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이 몰린다고 한다. 진료비의 많은 부분이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삭감돼 병원과 치료한 교수가 곤란한 지경이라는 병원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서 의문이 들었다. 노동자들이 외상환자의 대부분이면 산재보험 대상자이고 해당 부처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인데, 왜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비난받을까. 해당 병원과 의사, 복지부, 고용부 모두 이 일을 누가 해결해야 하는 주체인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어느 부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것인지 무관심한 것인지 궁금하다.

몇 년 전 북한 목함지뢰 피해로 다리를 절단한 병사의 경우도 혼란스럽다. 그는 의족 착용과 재활 치료를 보훈병원에서 했다. 현역 군인이고 전역을 하지 않아 보훈의료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데 논란 끝에 예외적으로 제공했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원칙은 해줄 수 없는데 해줬다는 뜻이다.

미군이 유사한 경우를 당하면 세계 최고 성능의 의족을 제공하고 세계 최고의 재활병원과 미국 대통령이 유사시 치료를 받는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최상의 치료를 받고 현역으로 복귀해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군에 간 아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는 군에서 아프거나 다치면 수술 등 치료는 안심하고 받을 수 있게 나라에서 책임지는지, 부모가 민간병원에 데려와서 치료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가장 짧은 시기에 저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성장한 나라여서 한 세대에서 빈곤국가에서 부유국을 다 경험한 연령층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고 한다. 급속한 양적 성장에 따른 복지서비스 발전이 균형적이려면 더 세심하고 정교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1950년대부터 존재하는 군의료는 한참 나중에 생긴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에 비해 낙후된 지 오래다.

정부에서 역점을 쏟는 정책 중 하나가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의료개혁 정책이다. 보건의료시스템 개혁은 당연히 중요한 국가 우선 정책이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만 들여다보지 말고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군의료시스템, 보훈의료시스템 모두 균형되고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방문석 < 서울의대 교수·재활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