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회 논의 압박…한국당 '가이드라인 제시' 원천 반대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유불리 정치적 수싸움 치열
'권력기관 개혁-개헌' 새해 양대 화두 급부상… 정치권 공방
청와대가 연초부터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3대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개헌 문제와 맞물려 여야의 대치 전선은 한층 확대되는 양상이다.

더욱이 두 이슈 모두 6월 지방선거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안이어서 지방선거 전까지 여야의 대립과 기싸움은 갈수록 격해질 전망이다.

여야는 15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날 직접 공개한 권력기관 개혁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경찰 수사권 확대,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개혁안의 내용 하나하나를 둘러싸고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고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 자체의 정치적 함의를 두고도 여야의 해석은 엇갈렸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라며 3대 권력기관 개편안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동시에 국회 차원의 조속한 논의 착수를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개헌 문제를 놓고도 야당을 향해 "더 이상 시간끌기는 곤란하다"며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성사시키기 위해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면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3대 권력기관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주도의 개혁 의지를 표명한 것을 사실상 '가이드라인'제시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여야가 본격적인 논의 시작도 전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두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미 국회에 설치된 개헌·정개특위(헌정특위)와 사개특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서 입법추진 과정에서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개헌 문제를 놓고는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 문제만을 놓고 한국당과 나머지 정당이 양분된 상황인 데다 권력기관 개혁 방안 역시 입법이 필요한 국정원 개편안 등 핵심 이슈마다 민주당과 한국당 뿐 아니라 국민의당, 바른정당까지 복잡하게 얽혀 당마다 입장이 엇갈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풍향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선 시기여서 휘발성이 강한 이 두 이슈를 둘러싼 여야의 득실계산과 수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런 것이 결국 국회 논의과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국회는 이날 헌정특위 첫 회의를 열어 간사 선출 등 기본적인 안건을 처리했지만, 주요 쟁점을 놓고는 시작부터 여야가 날 선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최근 출범한 사법개혁특위는 아직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속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압박하며 개혁안에 대한 보호벽을 두텁게 쌓았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날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국가 권력기관을 바로 세워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억압하거나 탄압한, 주권자 위에 군림한 권력기관을 제 자리에 돌려놔야 한다"고 개혁안을 옹호하고 나섰다.

추 대표는 "(권력기관 개혁안은) 잘못된 권력을 바로 잡아달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고 정치권에 던져진 과제"라며 "자유한국당과 야당도 권력기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국회 사개특위 논의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헌법특위와 관련해 "개헌 저지용 시간 끌기나 정치개혁 발목잡기용 방패막이로 악용돼선 안 된다"면서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완성과 진전을 위해 과감한 변화와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개헌에 이어 권력기관 개편까지 여권이 국회를 '패싱'하고 있다면서 원천적 논의 불가 입장을 보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개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까 민정수석이라는 자도 대통령을 본받고 있다"며 "대통령의 심복이 권력기관 구조개편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은 국민을 뛰어넘겠다는 볼썽사나운 짓을 즉각 중단해주기 바란다"먼서 "국회를 패싱하면서 사법개혁과 개헌에만 올인하지 말라"도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관제개헌 저지·국민개헌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 및 권력기관 개편에 있어서 민주당과 원칙적으로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청와대 주도의 개혁에는 선을 그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이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청와대 주도의 개헌에는 비판 목소리를 냈다.

권력기관 개혁의 경우 전날 발표의 기본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논의 자체는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이관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면서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엉뚱하게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이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하는 것은 당연히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입법을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만 한다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