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제임스 한(한재웅·37)의 별명은 ‘연장전의 승부사’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승 기록을 보유한 그는 모든 우승을 연장전에서 이뤘다. 올해 첫 풀 필드(시드를 확보한 선수 전원 참가) 대회인 소니오픈(총상금 620만달러·약 66억원) 4라운드에서도 제임스 한의 ‘연장전=우승’ 공식이 성립하는 듯했다. 하지만 6차 연장전까지 이어진 ‘진주만의 결투’에서 제임스 한은 고개를 숙였다. 우승은 패튼 키자이어(미국·사진)에게 돌아갔다.

소니오픈 4라운드가 열린 15일(한국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는 제임스 한의 독무대였다. 그는 이날 버디 9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아 8언더파 62타를 기록했다. 자신의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운 제임스 한은 최종합계 17언더파 263타 단독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키자이어가 17언더파로 홀아웃하면서 두 선수의 연장전 혈투가 시작됐다.

18번홀(파5)에서 시작된 첫 연장전에서 나란히 파를 잡은 두 선수는 두 번째 연장전부터 5차 연장전까지 파와 버디를 번갈아 잡으며 승부를 내지 못했다. 6차 연장전은 183야드짜리 17번홀(파3)에서 진행됐다. 두 선수의 티샷은 나란히 그린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지만 제임스 한의 공이 더 멀었다. 그는 퍼터를 잡고 두 번째 샷을 했다. 공은 컵에서 2m 남짓한 곳에 멈췄다. 역시 퍼터를 잡은 키자이어의 공은 컵에서 1m 지점에 멈춰섰다. 승부는 파 퍼트에서 갈렸다. 제임스 한의 파 퍼트는 컵 오른쪽을 맞고 나갔다. 키자이어는 파 퍼트에 침착하게 성공하며 긴 연장 승부를 마무리했다.

2015년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 2016년 5월 웰스파고챔피언십 우승을 모두 연장전에서 거둬 연장 성적 2전 전승을 기록하던 제임스 한은 이번 연장전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제임스 한은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5차 연장에서 3m짜리 버디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이때 공은 컵을 살짝 빗나갔다. 전날 3라운드까지 9언더파로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14위이던 그는 이날 맹추격에 나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키자이어는 지난해 11월 OHL클래식에서 첫 PGA투어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2017~2018시즌 첫 2승을 거둔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커트를 통과한 김시우(23)는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로 공동 58위를 기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