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바늘 3만원인데 수가는 1만원… 1회용 치료재료 다시 쓰게 만드는 건강보험 시스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국내 의료계 현실
소아과의사회, 건정심 위원 고발
"영양제 한병도 5명이 나눠 맞아
잘못된 수가가 직접적 사고 원인
의사들도 열악한 환경 속 근무
의료사고 책임 전가해선 안돼"
소아과의사회, 건정심 위원 고발
"영양제 한병도 5명이 나눠 맞아
잘못된 수가가 직접적 사고 원인
의사들도 열악한 환경 속 근무
의료사고 책임 전가해선 안돼"
1984년 고열 등 독감 증상으로 미국 코넬대 부속병원인 뉴욕병원 응급실을 찾은 대학생 리비 지온이 약물사고로 사망했다. 이틀 연속 당직을 선 전공의들이 증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병원과 의사를 기소하려 모인 배심원들은 전공의를 처벌하는 대신 이들이 잠도 못 자고 일하도록 만든 의료 시스템을 문제 삼았다. 이후 미국에는 전공의 근무 주 80시간법이 도입됐다. 한 대학생의 사망사고가 미국 의료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한국판 리비 지온 사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생아 네 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한국 의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1회용 치료재료를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 시스템,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 환경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 등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위원으로 활동한 25명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의료 사고 책임을 물어 건정심 위원들이 고발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건정심은 급여 기준, 보험료 등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보험가입자 대표, 의료 서비스 제공자 대표, 공익 대표 등 25명으로 구성된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해당 병원 교수, 전공의, 간호사의 잘못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건정심 위원들이 사태를 야기한 직접적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숨진 신생아들의 감염원이 된 지질영양제(스모프리피드) 한 병을 다섯 명에게 나눠 줄 수밖에 없는 보험수가 구조를 문제 삼았다. 신생아에게는 이 주사제를 20mL 정도만 투여해야 하지만 최소 생산단위는 100mL다. 이 때문에 여러 아이에게 나눠 투여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이 의료수익만 좇아 돈 안 되는 진료에 투자를 꺼리면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한다.
원가보다 수가가 낮은 수술용 치료재료, 처치용 도구 등도 많다. 검사바늘 가격은 3만원인데 건강보험 수가는 1만원 미만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1회 사용을 권장한다면서 세 번 정도 재활용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의사 한 명이 하루 15명의 신생아를 돌보고 간호사 한 명이 4명의 중환자를 간호해야 손익을 맞출 수 있는 열악한 의료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 회장은 “현장의료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제도로는 미숙아들을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한국판 리비 지온 사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생아 네 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한국 의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1회용 치료재료를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 시스템,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 환경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 등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위원으로 활동한 25명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의료 사고 책임을 물어 건정심 위원들이 고발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건정심은 급여 기준, 보험료 등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보험가입자 대표, 의료 서비스 제공자 대표, 공익 대표 등 25명으로 구성된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해당 병원 교수, 전공의, 간호사의 잘못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건정심 위원들이 사태를 야기한 직접적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숨진 신생아들의 감염원이 된 지질영양제(스모프리피드) 한 병을 다섯 명에게 나눠 줄 수밖에 없는 보험수가 구조를 문제 삼았다. 신생아에게는 이 주사제를 20mL 정도만 투여해야 하지만 최소 생산단위는 100mL다. 이 때문에 여러 아이에게 나눠 투여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이 의료수익만 좇아 돈 안 되는 진료에 투자를 꺼리면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한다.
원가보다 수가가 낮은 수술용 치료재료, 처치용 도구 등도 많다. 검사바늘 가격은 3만원인데 건강보험 수가는 1만원 미만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1회 사용을 권장한다면서 세 번 정도 재활용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의사 한 명이 하루 15명의 신생아를 돌보고 간호사 한 명이 4명의 중환자를 간호해야 손익을 맞출 수 있는 열악한 의료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 회장은 “현장의료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제도로는 미숙아들을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