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타이어는 눈길 출발조차 어려워
지난 12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를 찾아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을 이용해봤다. 눈길을 달리면서 스노 타이어 제동 성능과 겨울철 안전 운전법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전문 강사의 이론 교육을 받았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잡는 법부터 기본적인 자세 등을 차근차근 배웠다.
전문 강사는 “가장 중요한 건 운전 자세”라며 “운전대를 돌릴 때 등이 시트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헤드레스트는 머리 끝 부분과 일직선이 되게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뒤이어 일상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눈길, 빙판길 대처 요령을 숙지했다. 주행 중 노면의 색상이 다르면 마찰계수가 바뀔지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일반 노면에서 시속 60㎞로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거리는 약 12m 정도다. 그러나 눈길에선 제동거리가 47m로 크게 늘어난다. 주행이 까다로운 빙판길인 경우 142m에 달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교육을 마치고 서킷에 발을 들여놨다. 수북이 쌓인 눈과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노면이 눈에 들어왔다.
스노 타이어를 장착한 BMW 330i M 스포츠 패키지를 타고 ‘긴급 브레이킹’과 러버콘(고깔 모양의 교통안전시설물) 사이를 지그재그로 피하는 ‘슬라럼’을 해봤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제 성능을 발휘했다. 뒷바퀴 굴림의 후륜 구동 차량 임에도 안정적인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
타이어 성능 비교를 위해 일반(여름) 타이어를 낀 430i 컨버터블에 몸을 실었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았더니 헛바퀴만 돌 뿐 한 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깊이 밟을수록 엔진 소음이 커지더니 차체 뒤쪽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무전기 너머로 “스노 타이어 하나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전문 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반 타이어에 쓰는 고무는 기온이 7도 아래로 내려가면 굳어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스노 타이어의 경우 부드러운 재질이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 강하다. 또 트레드 패턴(무늬)이 깊고 넓어 눈을 움켜 쥐는 데도 탁월하다.
가까스로 출발한 뒤 긴급 브레이킹을 해봤다. “어어…” 하는 순간 차량은 구역을 정한 러버콘을 한참 벗어났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수초간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출발과 정지, 방향 전환 등 어느 것 하나 조정이 쉽지 않았다.
전문 강사는 “스노 타이어는 겨울철 주행에 필수”라며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긴급 상황에서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어느 정도 휠스핀(출력이 높아 정지상태에서 타이어가 도는 현상)을 허용하는 DTC(전자식 차동제한장치, Dynamic Traction Control), 전자 장치가 개입하지 않는 DSC(전자식 자세제어장치, Dynamic Stability Control) 모드로 달리면서 차체 제어 기술을 느껴볼 수 있었다. 나아가 원선회로에서 눈길 드리프트를 하면서 겨울철 운전 재미 또한 체험했다.
안전하고 재미있는 운전을 배우는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은 다음달 18일까지 운영된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20분간 하루 총 4회가 진행되며 참가비는 12만원이다. 영종도=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