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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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미국 잡지 ‘라이프(Life)’에 사진 한 장이 실렸다. 깨진 맥주병이 뒹구는 길가에 술병을 든 한 사내가 바이크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으로 미국 전역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은 깡패, 무법자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미지 추락을 우려한 미국모터사이클협회는 “99%의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은 법을 잘 지키는 시민이고, 나머지 1%만이 법을 어기는 작자들”이라고 해명했다.

1%의 범법자는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를 겨냥한 말이었다. 사진 속 사내가 탄 모터사이클이 할리였기 때문이다. 할리 라이더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기꺼이 자신들을 ‘1%의 무법자’라고 선언했다. 반역과 일탈을 꿈꾸는 소수 ‘1%’라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원 퍼센터(one percenter)’는 폭주족이나 모터사이클리스트를 넘어 사회 일탈자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할리데이비슨 브랜딩 전략을 담은 책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로드 킹을 번역한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대표는 “99%를 위한 것이라도 1%를 위한 것처럼 얘기하고 행동해야 한다. 누구나 일탈의 꿈을 꾼다. 그 꿈의 발원지이자 구현체가 된 브랜드가 할리데이비슨”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유율 1위뿐만 아니라 1%의 특별함이 할리와 같은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2018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주최·주관한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와 한국소비자포럼은 이처럼 고객의 마음에 1%의 특별함을 남긴 브랜드 89개를 선정·발표했다.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거 선정

 [2018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1% 브랜드' 만이 고객 마음을 움직인다
피죤은 2003년 퍼스트브랜드 제정 이래 섬유유연제 부문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소비자 지지를 얻으며 16년째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섬유유연제 피죤은 ‘빨래엔 피죤’이란 메시지로 소비자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은 대한민국 대표 섬유유연제 브랜드다. 파리바게뜨는 베이커리 부문에서 15년째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파리바게뜨는 국내에 유럽풍 베이커리 문화를 소개, 발전시킴으로써 베이커리 시장을 주도했다.

렌터카 부문에서 선정된 롯데렌터카는 전국 220여 개 영업망과 17만 대가 넘는 차량을 보유한 국내 1위, 아시아 1위, 세계 6위 규모의 대표 렌터카 브랜드다. 내비게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아이나비는 위치기반서비스(LBS) 기술을 기반으로 20여 년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스마트카 기술력을 선보여왔다.

학생복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아이비클럽은 남다른 교복 핏과 스타일을 강조하며 교복업계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확립했다. 종합건강식품 부문에서 정상을 차지한 정관장은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되며 명품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부문에서는 멜론이 이름을 올렸다. 멜론은 음악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애주가에게 사랑받는 여명808은 숙취해소음료 부문에 선정됐다. 여명808은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은 대한민국의 대표 숙취해소음료로 꾸준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학습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스스로학습시스템은 21세기 인재의 핵심 역량인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 가장 효과적인 학습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트북 부문에서는 LG 그램이 수상했다. LG 그램은 사용 시간을 넘어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제품으로 2018년 다시 한 번 초경량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중국 소비자가 뽑은 퍼스트브랜드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와 한국소비자포럼은 ‘중국 소비자가 뽑은 2018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투표도 시행했다. 중국 부문은 중국에 진출한 제품이나 국내를 방문한 유커 사이에서 인기 높은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 현지에서 진행됐다. 총 63만 명의 중국 소비자가 투표에 참가했으며 투표 건수는 695만 건을 기록했다. △메디힐(마스크팩) △안경은 얼굴이다 룩옵티컬(안경점 프랜차이즈) △포블링(진동클렌저)이 선정됐다. 수상 브랜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10대 언론의 하나인 인민일보 인민망을 통해 널리 알려진다.

◆어떻게 선정했나…소비자조사 340만건, 전문가 의견 종합평가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와 한국소비자포럼은 브랜드에 대한 치밀한 기초 조사와 광범위한 소비자 투표, 전문가의 깊이 있는 평가를 거쳐 수상 브랜드를 선정했다. 위원회는 경제·문화·사회·인물 등 부문별 후보 브랜드를 1차 선별했다.

이 후보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18일부터 29일까지 12일간 온·오프라인 소비자 투표를 시행했다. 국내 부문 참여자 수는 25만 명, 참여 건수는 340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2003년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소비자 투표를 시행한 이래 최대 인원이다.

지난해 12월18일 콘래드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퍼스트클래스, 국내 부문, 중국 부문 등에서 총 89개 브랜드가 수상했다. 특히 이번 투표에는 2018년이 기대되는 인물을 향한 소비자의 관심이 뜨거웠다. 인물 부문에 선정된 △청하(여자 아이돌) △몬스타엑스(남자 아이돌) △전효성(여자 예능인) △딘딘(남자 예능인) △알베르토 몬디(외국인 예능인) △신수지(스포테이너) △황대헌(스포츠선수) 등이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2018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1% 브랜드' 만이 고객 마음을 움직인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