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상승세가 마포·양천·성동구 등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 과천시와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반면 오산 등 수도권 남부권과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면서 거래가 얼어붙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격 등락에 따라 긴급 대책을 내놓는 게 과거 정책 패턴이었다”며 “관계 부처가 전체 그림을 갖고 있지만 일기 쓰듯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설익은 대책으로 시장을 자극하기보다는 정밀 진단 후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얘기일 것이다. 정책 효과와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인 조치들을 내놓더라도, 시장을 안정시킬 ‘전체적인 그림’만큼은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각하다.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야 한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 주택 보급률은 96%에 불과하다. 생활여건이 뛰어난 강남의 희소성은 더 높다.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은 조합원 지위 양도와 전매 금지로 공급물량이 감소하면서 매물이 쑥 들어갔다. 다주택자 규제는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불러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새 아파트도 대부분 강남 재건축에서 먼저 선보인다. 여기에다 정부가 자사고와 외고 신입생 선발권을 폐지키로 하면서 학군이 우수한 강남 아파트 수요를 부채질했다. 정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과 강남 집값 안정책이 충돌하는 ‘정책 구성의 오류’도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이다.

규제와 세금만으로 강남 집값을 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해 “강남 집값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며 부동산 가격 문제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식의 ‘강남 집값과의 전쟁’이 조만간 나올 ‘전체적인 큰 그림’의 기조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원인이 복합적이라면 처방도 복합적이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생활·교육여건을 종합적으로 포함해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책 목적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급격한 전·월세 상승에 따른 서민고통을 덜기 위한 것인지, ‘강남 집값’을 겨냥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배 아픔’으로 표현되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해결하려다가는 정책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보다 치밀한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