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등 경증 위급환자를 위해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출범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독감 환자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응급실엔 평소보다 환자가 많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주간 평균 응급환자가 지난해 11월 380명에서 12월 726명으로 1.9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독감 환자는 12명에서 239명으로 20배가량 많아졌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독감 환자가 몰리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의료진과 환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2014년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듬해 말까지 3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5년 13곳에 그쳤고 2016년엔 11곳으로 줄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세 명 이상 근무 병원으로 제한한 지정 기준을 내과 등 다른 분야 전문의도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달빛병원은 17곳에 불과했다. 서울은 용산 강남 노원 등 세 곳, 경기도는 시흥 용인 고양 평택 등 네 곳이 전부다. 서울 세곡동의 세곡달빛의원 관계자는 “인근에 달빛병원이 없는 양주 성남지역 환자까지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당 평균 9610원인 가산수가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빛병원 원장은 “늦은 시간까지 근무할 의료진을 구하기 어렵다”며 “인건비를 감안하면 가산수가를 최소 두 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2년 전 달빛병원 지정을 철회한 한 병원 관계자는 “야간 근무를 하겠다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뽑을 수 없어 운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