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숨은 영웅 '지게 부대원', 법원서 첫 사망유공자 판결
군복과 총 없이 지게만 지고 전장을 누빈 영웅들이 있다. 6·25전쟁에 민간인 노무자로 참전한 이른바 ‘지게 부대원’(사진)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전사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7단독 이승원 판사는 6·25전쟁에 노무자로 징집돼 지게로 탄약과 보급품을 실어 나르다 총에 맞아 사망한 지게 부대원 정모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유족이 보훈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씨의 유족은 2009년 참전유공자로 인정받은 다음 사망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보훈청에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권익위 차원에서 시정권고까지 했으나 보훈청은 “전사 사실에 관한 국군의 공식 기록이 없고 참고인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 인정을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인이 전사했다는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소송을 통해 지게부대원으로서 사망유공자 인정을 받은 최초의 사례다. 공익활동 차원에서 정씨 유족 측 무료변론을 맡은 홍석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총 없이도 나라를 지키는 데 공을 세운 다른 노무자들도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