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ATC협회는 협회로선 특이하게 ATC CTO협의회(이하 CTO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연구개발을 중시한다. 작년 초부터 2년 임기의 CTO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찬 회장(60·대주전자재료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사진)은 서울대 공대, KAIST 석사를 거쳐 일본 교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0여 년 동안 현장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공업화학 분야 전문가다. 취미가 연구일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그를 경기 시화산업단지 내 대주전자재료에서 만났다.

▶CTO협의회는 어떤 활동을 합니까.

“알다시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시장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독일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기술융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합니다. 기술융복합은 대개 이업종 간에 이뤄집니다. 이업종 간 협업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CTO협의회는 이런 면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기술융복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지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회원사 간 기술정보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5월 ‘2017년 ATC협회 종합 페스티벌’에서 회원사의 기술 및 연구내용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에선 참여 기업들의 기술과 제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15일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연 제24차 정기모임에선 정부 기술개발 정책, 기술혁신 및 회원의 공통관심 사항에 대한 정보를 교류했습니다. 공식 모임 외에도 실질적 기술정보 교류를 위해 분야별, 지역별 소모임 활동을 적극 지원해 연구소장 간 유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분과별·지역별 모임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습니까.

“분과별 모임은 △전기전자 △기계·소재/에너지 △화학/바이오·의료/세라믹 △정보통신/지식서비스 4개 분과로 이뤄져 분과별로 특화된 세미나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모임도 전국을 4대 권역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습니다. 분과별·지역별 모임에선 좀 더 깊이 있게 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해외 우수 기업 및 연구기관 벤치마킹을 위해 매년 해외선진기술시찰단을 보내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60여 명이 일본 도쿄를 방문해 일본센서박람회와 오릭스 렌텍, KOTRA 일본무역관 등을 방문했습니다.”

▶ATC협회에는 회원사 대표모임인 CEO가 있는데, CTO협의회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습니까.

“ATC협회는 CEO를 중심으로 최신 기술경영 정보 획득 및 교류의 장을 추진해왔으나 3대 회장이던 임무현 대주전자재료 회장이 우수기술연구센터사업과 기업 성장에서 최고기술책임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12년까지 실무위원회로 있던 CTO모임을 협의회로 확대 개편한 것입니다. 우수기술연구센터 지정기업 연구소장(연구총괄책임자) 간 유대 강화, 기술개발 관련 각종 정보교환, 연구생산성 제고 및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모임이죠. 신기술 트렌드의 비즈니스 접목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통 관심사항 토론과 회원사 상호 간의 정보교환 활성화 및 최신 선진기술 경영기법 습득 등이 주요 활동입니다.”

▶작년 초 회장을 맡았는데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국내 중소기업의 생존 전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차별화된 제품을 시장이 요구하는 시기에 공급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고 이업종 간 협업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은 자원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히 협업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신속하게 좁혀야 합니다. 이업종 간 협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 간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죠. 이런 면에서 CTO협의회는 협업 기회를 제공할 공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별 소모임 활동을 활성화해 서로 간의 이해를 증진하고 융합연구과제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사업에서 협업활동도 장려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에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ATC 기업 사례를 소개해주시지요.

“우리 회사(대주전자재료)에선 ATC 사업을 통해 확보한 ‘고온기상반응기술’을 활용해 리튬이온전지의 신규 음극재를 개발했습니다. 고효율 고용량 2차전지 소재로서 국내외 전지제조업체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음극재의 용량을 4배 이상 향상할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회원사인 뷰웍스는 ‘TDI(Time Delayed Integration)’ 기술을 적용한 ‘고해상도 산업용 이미지 센서’를 개발해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TDI센서를 상용화했습니다. 경쟁 제품에 비해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고 크기는 반으로 줄였습니다. 2016년에는 관련 제품으로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2017년에는 관련 제품 매출이 100억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킨스전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장치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선도적 공급업체로서, 국내 최초로 번인소켓(Burn In Socket)을 국산화했습니다. ATC사업을 통해 기존 제품의 고도화 및 반도체 시장변화에 따른 금형, 사출로 대응할 수 없는 제품에 대한 차세대 검사부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인 에스티팜은 ATC사업을 통해 고순도의 포스포라미디트(phosphoramidite) 생산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대량 생산을 이끌어내 매출 성장과 기술 혁신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각 소모임 활동에서 관심 분야 스터디활동과 기업 소개 활동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보다 지원을 늘려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연구원을 포함한 연구개발조직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개발 기법을 회원사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입니다. 협회와 CTO협의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중소기업 힘만으로 역량이 부족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KCC에 오래 근무하다 대주전자재료에 몸담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32년간 몸담았던 KCC를 떠나 2012년부터 대주전자재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주전자재료는 임무현 회장이 전기·전자산업의 태동기인 1981년 소재 공급을 위해 설립한 업체입니다. 고분자 재료 생산을 시작으로 금속재료, 무기재료, 유기재료를 생산 공급하고 있는 종합정밀화학회사입니다. 2007년 ATC사업에 참여했고 2012년 ‘월드클래스300’기업에 선정됐습니다. 기술 중심의 회사죠. 대주전자재료가 개발한 제품이 2002년과 2009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2009년 10대 신기술은 ATC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며 ‘나노코리아 2010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리튬이온 2차전지의 대용량 신규 음극재를 개발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양산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외에도 태양전지 전극재료, LED 형광체를 양산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LED형광체의 응용제품인 PIG(Phosphor in Glass)를 전장부품의 소재로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주전자재료의 미래 먹거리는 어떤 분야에서 찾고 있습니까.

“태양전지, 2차전지, LED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 소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바이오 센서 및 나노메디신 분야에서 새로운 과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