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초래될 상장 기업들의 불편과 주주총회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상법상 의사정족수 요건’(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찬성)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발표한 ‘주주총회 의결권제도 개선방안- 섀도보팅 제도 폐지 이후의 대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만 찬성하면 주총 결의가 성립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섀도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참석한 주주의 찬반 투표 비율대로 투표권을 대리 행사하는 제도다. 지난해 일몰이 도래하자 정부는 소수 주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상장사들은 “대안 없이 섀도보팅이 폐지돼 이사 및 감사 선임과 같은 주주총회 보통 결의 안건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현재 주주총회 보통결의 안건이 가결되려면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얻는 의결정족수 요건과 별개로 찬성표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을 넘어야 한다”며 “‘4분의 1 요건’이 실질적으로 의사정족수 기능을 하고 있어 주총 결의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해외 국가들에 비교해도 한국의 의사정족수 요건은 과도하다. 독일은 의사정족수 도입을 회사 자율에 맡기며 영국은 주주 2인 이상만 참석하면 의사정족수를 갖춘 것으로 간주한다. 일본은 의사정족수가 의결권의 과반수지만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다. 미국은 의사정족수를 과반수로 하되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3분의 1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국보다 의사정족수 요건은 엄격하다. 하지만 미국은 기관 투자자 비중이 월등히 높아 한국처럼 의사정족수 요건이 주총 개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단기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 투자 현실도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 거론됐다. 주총 소집 당시 주주들이 주총을 열기 전 주식을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 주총 불참율이 높다는 것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