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의견 과부하'가 불행 빠뜨려… 코멘트 강박증서 벗어나라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을 보면 마냥 부럽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한 사람의 두뇌로 파악하기에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결국 그가 아는 것은 눈곱만큼의 세상일 뿐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고 능력의 범위를 넓히라는 부추김에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은 이런 사람을 위해 ‘능력의 범위(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 안에 놓인 것은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반면 능력 범위 밖의 것은 잘 모르거나 일부분밖에 모른다. 체스 선수가 사업 전략도 잘 짜고 실력있는 의사라고 해서 병원 경영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의 능력을 벗어나 잦은 실패를 경험하며 괴로워한다. 버핏은 “능력의 범위를 알고 그 안에 머물러라”며 “범위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범위의 경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불행 피하기 기술》은 ‘불행’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52가지 생각의 도구를 제시한다. 저자는 스위스 출신의 경영학박사 롤프 도벨리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심리학자들도 자신의 내면을 살펴봄으로써 성향 및 삶의 목표와 의미, 행복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자기관찰의 착각’이라 부른다. 억지로 그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깊은 숲에서 길을 잃듯이 많은 자극으로 가득한 수렁에 빠진다.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사회는 개인에게 “네 생각은 어떠냐”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의견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해선 안 된다. 의견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이자 권리다. 저자는 “오늘날의 진정한 문제는 정보의 과부하가 아니라 의견의 과부하”라고 지적한다.

최근 가상화폐 등에 빠진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한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확실히 알고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기자는 잘 몰라도 단기간 내 성공을 꿈꾸지만, 투자자는 시장 변화와 상관없이 본인이 잘 아는 주식 등에만 돈을 넣는다. “양쪽 모두 이익을 보는 사람도 손해를 보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분명한 건 거장들은 모두 투자자라는 사실이다. 느리고 지루한, 장기적인 고정만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