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원가 전쟁…싸게 사려는 삼성·LG vs 비싸게 팔려는 철강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전사 vs 철강사, 소재 가격 두고 힘겨루기
일부 철강사, 고정비 확보 위해 원가 수준에 공급하기도
가전업계 "원가절감 정책 때문"
일부 철강사, 고정비 확보 위해 원가 수준에 공급하기도
가전업계 "원가절감 정책 때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사들이 소재 가격 인상을 두고 철강사들과 힘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다. 철강사로부터 '컬러강판'을 공급받는 국내 가전사들은 소재 가격의 현상 유지를 고수하는 반면, 철강사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포스코강판,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 가전용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최근 원자재인 열연강판(HR)과 용융아연도금강판(GI)의 가격 급등으로 컬러강판에 대한 공급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컬러강판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은 녹록지 않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거나 소폭으로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전사들이 공급제품의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철강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전사들과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매분기마다 소재 가격을 협상한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는 지난해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에 대한 보상분일 뿐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2분기에는 올해들어서의 원가 인상분을 반영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LG전자는 인상분을 1분기에 반영도 하지 않았다. 철강업체들은 연초부터 수익 개선에 애를 먹는 이유다.
컬러강판은 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측판, 도어에 적용되는 철강재로 가전사들에겐 필수적인 소재다. 이른바 '백색가전'으로 불리던 시절에는 이러한 소재들이 주로 플라스틱이었다. 그러나 제품의 기능향상과 효율성, 인테리어 등을 이유로 최근 10여년간 메탈소재로 대부분 변경됐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만큼 가전업체와 철강업체들의 원가 싸움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구매 협상의 경우, 구매하는 쪽(바이어)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문제는 가전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 '이번에 인상하지 않으면 적자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원가 수준의 가격에 컬러강판을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물량이 없으면 설비를 돌릴 수 없어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철강산업은 장치산업이다보니 고정비라도 확보할 요량으로 삼성이나 LG전자 거래선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물량이라도 확보해야 설비를 가동시킬 수 있는 실정이다.
또 가전사들의 원가 공개 요구도 부담이다. 가전사들은 높아진 원가만큼 가격을 인상해준다는 취지로 원가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론 철강업체들의 부담감만 키우는 분위기다. 철강업체들은 원가를 공개할 경우 일시적으로 인상을 보장받을 순 있더라도 향후 가격협상에서 가전사들에게 끌려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전사와 철강사의 가격협상에 잡음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부터 강화된 가전사의 원가절감 정책을 꼽고 있다. 가전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우선적으로 소재 가격부터 압박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원하는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다보니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올해에도 원가절감에 주력할 방침이다. TV, 생활가전 등 주력 수출 제품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마다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삼성전자는 같은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구매까지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구입하는 패널량을 줄이고, 대만·중국산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더 싸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싸게 사는 가전사를 탓할 수도, 비싸게 팔지 못하는 철강업계를 옹호할 수도 없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기업 간 가격 협상에서 각자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을 원하는 건 당연하단 얘기다. 더군다나 기업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도 더 커진 상황이다. 원재료 외에도 나갈 돈이 많다보니 서로의 기싸움은 불가피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산업별로 새 먹거리 발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신경쓰는 부분이 원가절감"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강업체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곱게 보이지 않지만 공급받는 입장에선 무조건 더 낮은 가격에 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며 "기업은 이윤이 먼저다. 각자의 입장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19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포스코강판,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 가전용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최근 원자재인 열연강판(HR)과 용융아연도금강판(GI)의 가격 급등으로 컬러강판에 대한 공급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컬러강판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은 녹록지 않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거나 소폭으로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전사들이 공급제품의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철강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전사들과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매분기마다 소재 가격을 협상한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는 지난해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에 대한 보상분일 뿐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2분기에는 올해들어서의 원가 인상분을 반영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LG전자는 인상분을 1분기에 반영도 하지 않았다. 철강업체들은 연초부터 수익 개선에 애를 먹는 이유다.
컬러강판은 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측판, 도어에 적용되는 철강재로 가전사들에겐 필수적인 소재다. 이른바 '백색가전'으로 불리던 시절에는 이러한 소재들이 주로 플라스틱이었다. 그러나 제품의 기능향상과 효율성, 인테리어 등을 이유로 최근 10여년간 메탈소재로 대부분 변경됐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만큼 가전업체와 철강업체들의 원가 싸움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구매 협상의 경우, 구매하는 쪽(바이어)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문제는 가전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 '이번에 인상하지 않으면 적자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원가 수준의 가격에 컬러강판을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물량이 없으면 설비를 돌릴 수 없어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철강산업은 장치산업이다보니 고정비라도 확보할 요량으로 삼성이나 LG전자 거래선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물량이라도 확보해야 설비를 가동시킬 수 있는 실정이다.
또 가전사들의 원가 공개 요구도 부담이다. 가전사들은 높아진 원가만큼 가격을 인상해준다는 취지로 원가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론 철강업체들의 부담감만 키우는 분위기다. 철강업체들은 원가를 공개할 경우 일시적으로 인상을 보장받을 순 있더라도 향후 가격협상에서 가전사들에게 끌려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전사와 철강사의 가격협상에 잡음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부터 강화된 가전사의 원가절감 정책을 꼽고 있다. 가전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우선적으로 소재 가격부터 압박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원하는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다보니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올해에도 원가절감에 주력할 방침이다. TV, 생활가전 등 주력 수출 제품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마다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삼성전자는 같은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구매까지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구입하는 패널량을 줄이고, 대만·중국산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더 싸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싸게 사는 가전사를 탓할 수도, 비싸게 팔지 못하는 철강업계를 옹호할 수도 없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기업 간 가격 협상에서 각자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을 원하는 건 당연하단 얘기다. 더군다나 기업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도 더 커진 상황이다. 원재료 외에도 나갈 돈이 많다보니 서로의 기싸움은 불가피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산업별로 새 먹거리 발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신경쓰는 부분이 원가절감"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강업체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곱게 보이지 않지만 공급받는 입장에선 무조건 더 낮은 가격에 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며 "기업은 이윤이 먼저다. 각자의 입장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