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벤츠와 BMW가 지난해 나란히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일본보다 한국에서 신차를 더 많이 팔았다는 보도(한경 1월19일자 A1, 5면)다. 두 회사의 한국 판매량은 12만8485대(벤츠 6만8861대, BMW 5만9624대)로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일본보다 7737대 많다. 배출가스 인증서류 조작 문제로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한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는데도, 수입차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국산 완성차 5사의 지난해 내수 판매(155만 대)가 전년보다 2.4%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수입차 판매 증가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소득이 늘면서 ‘남과 다른 자동차’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 데다, 할부금융 상품을 활용한 수입차 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20·30대의 구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와 노조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 노사가 합심해 소비자 수요 변화를 읽고 적극 대처해도 모자랄 판에, 귀족 노조들이 파업을 일삼으면서 스스로 소비자 불신을 불렀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거의 매년 파업을 벌이면서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려 왔다.

2017년 임금·단체교섭만 해도 지난해 4월 시작한 뒤 9개월여 만인 지난 16일에서야 겨우 마무리했을 만큼 진통이 컸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회사의 어려움이 큰데도 노조가 파업을 벌인 데 대해 실망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툭하면 파업을 벌여온 기아자동차, 한국GM 노조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애국심으로 국산차를 사는 소비자들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9000만원 넘는 고연봉을 받으면서도 파업을 일삼는 회사와 그 종업원이 만드는 차를 구입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소비자들이 태반이다. 국산차 재구입률이 2007년 97%에서 지난해 86%로 뚝 떨어졌다는 조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차 판매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일자리조차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