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업계는 이란의 가전 1위 업체인 엔텍합이 동부대우전자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예상치 못한 이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대유위니아와 중국, 터키 가전업체들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엔텍합은 동부대우전자의 제품 기술력과 해외 판매망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본입찰 후 추가 협상과정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동부대우 품는 엔텍합… '중동가전 맹주' 노린다
◆동부대우 왜 팔아야 하나

DB그룹(옛 동부그룹)은 2013년 총 2700억원을 들여 동부대우전자(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경영권을 인수했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자 국내외 사모펀드(PEF)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DB그룹이 50.1%, 재무적 투자자(FI)들이 49.9%의 지분을 갖는 구조였다. 당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사재를 투입했다.

한때 동부대우전자의 경영 상황은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다. 두 자릿수에 달하던 제품 불량률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수준(1% 미만)으로 하락했고 히트 제품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재무 구조는 빠르게 좋아지지 않았다. 설비 투자 등으로 신규 자금은 계속 필요한 반면에 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FI들이 동부대우전자에 투자할 당시 달았던 ‘동부대우전자가 순자산을 1800억원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이 문제가 됐다. 2016년 말 기준 동부대우전자 순자산이 1600억원까지 떨어지자 FI들은 지난해부터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엔텍합 외 터키의 가전업체 베스텔, 국내 대유위니아 등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최종 승부는 엔텍합으로 기울었다.

동부대우 매각 절차는 FI 전원과 DB그룹이 매매 계약 조건에 모두 합의하면 마무리된다. KTB PE, SBI인베스트먼트, 유진자산운용 등이 주요 FI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이번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권을 들고 있는 DB그룹도 변수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FI들의 원리금을 상당수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어 권리 행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텍합, 왜 인수하나

엔텍합이 동부대우 인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채권단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추진할 당시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기업 실사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최종 인수를 포기했다. 2007년부터 동부대우 가전제품의 이란 판매망을 책임지면서 동부대우와 돈독한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내 기업과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편의점을 이란에 도입했다.

엔텍합은 동부대우의 주력 가전제품인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을 중동 지역에 직접 판매할 경우 커다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79년에 설립된 엔텍합은 이란 8개 주요 도시에 200여 곳의 매장을 보유한 이란 최대 가전업체다. 이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지역에도 동부대우 가전제품을 내다팔 계획을 갖고 있다. 멕시코,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보유하고 있는 동부대우의 가전 공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엔텍합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무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600억~1000억원의 유상증자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PEF와 손잡은 것도 성공 요인이다. 엔텍합은 IBK증권의 IB 인력들이 지난해 회사를 나와 창업한 웨일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부대우 인수에 나섰다. 동부대우의 임원 출신인 이상엽 대표가 설립한 국내 법인 사일이 엔텍합을 국내에서 대리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