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품 앱 다 안됐는데, 아이디어스는 왜 떴을까?
한국에 인터넷이 도입된 1990년대 중반부터 수공예품을 거래하는 웹사이트나 앱이 숱하게 나왔다. 취재를 다니면서도 정말 많이 접했다. 하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졌다.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럴까.

국내 최대 수공예품 커머스 앱 ‘아이디어스’를 만든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를 만나면서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과거 비슷한 컨셉트의 서비스들이 모두 실패했는데 왜 아이디어스는 잘 될까.’ 김 대표를 만나서도 계속 그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이유를 콕 집어내긴 힘들었다. 그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는 다소 허무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와의 대화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아이디어스가 순항하고 있는 비결의 아주 일부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두들 안될거라고 했다

김 대표가 2014년 아이디어스를 개발할 때 모두들 안될거라고 했다고 한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그랬고, 출시된 이후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도 그랬다. 수공예품을 거래하는 시장이란-물론 존재하지만-그리 크지 않고 산재돼 있어서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김 대표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정말 안될까. 왜 안된다고 할까. 그가 조사를 해 보니 일단 핸드메이드 공예품 시장은 꽤나 컸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시장이다. 온라인 거래? 각종 쇼핑몰 등에서 가능하지만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각 쇼핑몰 사이트에서 공예품 항목은 매우 미미한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수공예품 앱 다 안됐는데, 아이디어스는 왜 떴을까?
그는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기존의 유사 서비스들이 왜 잘 안됐는지를 살펴봤다. ‘좋은 수공예품을 만드는 작가들 수급이 잘 안됐기 때문’이란 게 그의 결론이었다. 좋은 제품 확보가 안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가들이 상시적으로 고객과 만나고 이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물론 최종적으로는 아이디어스가 운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기존 서비스들의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려고 했다. 초기부터 고품질의 수공예품을 확보하는데 전력투구했다. 전국 수공예품 매장 및 작업장 4000여 곳을 발품을 팔고 다니면서 작가들을 만나 설득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입소문 타고 1년반만에 220만 다운로드


그는 이 제품들을 꼼꼼하게 검증했다. 품질을 테스트하고 실제로 사용도 해 봤다. 이런 식으로 직접 검증을 해 통과한 수공예품만 등록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작가가 대화할 수 있도록 메신저 기능도 붙였다. 소비자들로서는 수시로 작가에게 수공예품 주문 등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고, 작가들은 고객과 상시 소통하며 관리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좋은 제품이 입점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2014년 7월 앱을 출시하고 1년반만에 22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출시 첫달 월 거래액은 76만원에 불과헀지만 한 달 만에 거래액이 3배로 늘었고 1년이 지나자 300배로 불었다. 올 들어 월 거래액은 20억원을 돌파했다. 입점한 작가 수는 2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VC(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총 5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모바일이 장벽을 낮췄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긴 했지만,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판매자들을 모으긴 쉬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구매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구매자들이야말로 발품을 팔고 돌아다닌다고 끌어모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공예품 제작 및 판매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든 상품을 팔 수 있는 곳이 너무 없어서 고민이었을 것이다. 대형쇼핑몰에 입점을 한다한들 잘 눈에 띄지도 않고, 길거리 좌판을 깔고 팔면 육체적으로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그는 ‘모바일’ 시대가 판매자와 구매자간 장벽을 낮췄고 이것이 서비스가 확산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일견 수긍하면서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지는 한참 됐다. 그 동안에도 다양한 수공예품 사이트들이 나왔는데, 잘 안됐다. 어쨌든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바일 앱으로 판매자 또는 제작자 페이지를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구매자를 관리하게 했는데 수공예품 작가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매번 새로고침을 해야 하는 PC와 달리 모바일은 항상 새로운 반응과 구매 기록 등을 업데이트 해주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도 수시로 확인을 하고 맞춤 제작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수공예품 앱 다 안됐는데, 아이디어스는 왜 떴을까?
이런 설명을 듣다보면 아이디어스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실행력’, 그리고 보다 ‘치밀한 서비스’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수공예품 커머스 앱이라고 해도 누가 더 판매자와 구매자가 쓰기에 편하게 만드는가, 결제나 CS 등에 문제가 없는가 등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냥 막연하게 ‘운’에 치부하기 보다는 이런 설명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실제 아이디어스는 그런 설명에 부합하는 것 같다.

잇따른 히트 앱 개발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디어스 이전에도 백패커는 숱한 히트작을 개발했다. 한양대 사회학과 00학번인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 입사해 일하다가 2009년 인사이트미디어란 곳으로 옮겼다. 여기서 그는 북앤딕, i사진폴더, 라디온 등 다양한 앱을 만들었는데 이런 앱들이 대부분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가 2012년에 김동철 CTO와 함께 백패커를 창업할 때는 이런 성공 경험에 기반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트작 앱을 다수 만들어 본 기획자와 개발자가 만난다면 뭐든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은 해냈다. 아이디어스를 출시하기 전까지 1년6개월 동안 39개의 앱을 만들었다. 이 중 푸시중국어, 영어단어장 등 23개 앱이 앱스토어 유료 앱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성공경험을 한 것은 분명했지만 계속 이렇게 해서 제이커브를 그리며 성장하기는 요원해 보였다. 결국은 커머스로 가야했다.
수공예품 앱 다 안됐는데, 아이디어스는 왜 떴을까?

공예품 한류 붐 일으키고 싶다


수많은 커머스 분야 앱 중 그가 수공예품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뭘까. 그가 아이디어스를 만든 계기는 6수 끝에 대학 공예과에 입학한 사촌동생을 보면서부터였다.

김 대표는 “매년 2만명의 공예 전공자들이 배출되는 데 이들 중 10%도 전업작가로 활동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수공예품이 정말 품질이 좋은 게 많지만 팔 곳도 없고 사기도 힘들어 장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아이디어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이미 수공예품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Etsy는 나스닥에 상장했고 영국의 Lovecraft는 매달 수백만명이 쓰는 수공예품 전자상거래 앱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작가들이 만든 수공예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며 “이들이 만든 제품을 세계 시장과 연결해 수공예품 한류붐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