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계 증권사가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과대평가됐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바이오 기업의 회계 처리 관련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 상승을 이끌던 제약·바이오주 투자 심리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사 R&D비용 회계처리 논란 '재점화'
코스닥시장 제약업지수는 지난 19일 전날보다 783.98포인트(5.96%) 내린 12,362.03에 마감했다.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등에 힘입어 16일 사상 최고치인 13,771.58까지 올랐다가 사흘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제약·바이오주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독일계 금융회사인 도이치뱅크가 내놓은 보고서다.

도이치뱅크는 “셀트리온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2017년 별도 기준 62.4%)이 높은 것은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돈 대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라며 “이 회사가 다국적 제약사들처럼 개발비의 80%를 비용으로 인식하면 영업이익률이 30% 중반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여파로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3만1500원(9.87%) 떨어진 28만78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은 도이치뱅크의 이 같은 주장에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업종 특성을 무시한 왜곡된 분석”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셀트리온은 2016년 전체 개발비(2072억원) 중 31%인 655억원을 비용으로 잡고 나머지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정부 허가 전 제품 개발비를 자산으로 삼는 것은 회계기준에 근거한 정상적인 처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이자 등 신약 개발 중심의 다국적 제약사는 바이오시밀러보다 제품의 상업화 가능성이 낮아 개발비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로메드 제넥신 등 국내 다른 바이오시밀러 회사도 R&D 비용의 상당 부분을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제약사들의 R&D 비용 처리 방식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셀트리온은 2010년대 들어 R&D 비용의 자산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한미약품과 보타바이오(현 키테아)는 각각 2016년과 2015년 개발 중인 제품의 상업화 지연 탓에 자산으로 잡아 놓은 R&D 비용을 손실 처리하면서 이익이 크게 감소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회계 처리 논란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따라 제약·바이오주의 추가 상승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