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게시판? 스타트업에 일자리 해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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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페이스북에서 접한 한 스타트업 대표의 토로는 충격적이었다. “실행만 하면 될 일이 많은데 할 사람이 없네요. 인간복제는 언제쯤…” 핑크퐁 등 콘텐츠를 만드는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의 말이다. 오죽 사람이 부족하면 “복제해서라도 쓰고 싶다”는 얘기다. 스마트스터디 관계자는 “출판, 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에서 신사업을 진행하면서 사람이 정말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직원이 140명인데 올해 말까지 100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재가 너무 부족해 복제라도 했으면 좋겠다.
김 대표만의 고민이 아니다. 개인간(P2P) 금융, 공유오피스, 교육 등 빠르게 성장하는 업계의 스타트업들은 인재 찾기에 혈안이다. “전 분야 채용”을 걸고 있는 업체도 여러곳이다. P2P 업체인 피플펀드 관계자는 “6개월 전 직원이 27명이었는데 지금은 40명까지 늘었다”며 “P2P 금융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제도권 금융회사에서도 많이 넘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정부는 세금까지 써서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스타트업은 사람이 모자란다. 왜 그럴까. 스타트업들은 인지도가 낮다. 구직자들이 스타트업은 마냥 자유롭고 편할 거라고 잘못 생각하는 탓도 크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만큼의 연봉을 줄 순 없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창업한지 몇년 안된데다, 대부분 외부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경영하는 스타트업들이 대기업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주기는 힘들다.
스타트업에게 인재는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공유오피스 사업을 하는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하루에 3~4시간만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 혹은 아이가 학교간 시간동안만이라도 일해줄 수 있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라도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사업’에 대해 일을 제대로 배울 곳은 스타트업 뿐이다.
스타트업의 연봉은 대기업보다 적다. 일도 힘들다. 자율출퇴근은 종종 ‘알아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기’로 통한다. 그렇다고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단 빠르게 성장하는 신사업 분야에 대해 일을 배울 수 있다. 한 P2P 업체 관계자는 “만약 우리회사가 망한다 해도 P2P 금융은 분명 계속 커질 것”이라며 “일만 제대로 배워놓으면 꼭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일을 하며 스스로의 ‘그릇’도 키울 수 있다. 스톡옵션을 받아 회사와 같이 성장하다가 상장, 매각 등의 ‘엑싯(exit)’을 통해 큰 돈을 버는 스토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공일자리 창출은 일시적일 뿐이다.
공공일자리 창출도 실업난 해소의 방안으로 쓸 순 있다. 하지만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고, 비대해진 정부기관이 낳을 부작용도 많다. 다른 철학을 가진 정권이 들어서면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자리다.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 예산으로 스타트업 인력 채용을 지원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건비를 온전히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예산을 적게 써도 된다. 시장에서 성장 중인, 꼭 필요한 기업에 인재가 배분된다. 무엇보다 국가 미래 신사업을 자연스레 키우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장관들과 회의하기 보다는 스타트업 업계를 둘러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