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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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찬밥 신세가 됐던 천연물 의약품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식물, 동물, 미생물을 이용해 만드는 천연물 의약품은 신약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천연물 의약품이 미국으로 기술 이전되는 등 성과를 내고있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최근 천연물 의약품인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DA-9801)와 퇴행성신경질환치료제(DA-9803)를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각각 기술이전과 기술 양도했다. 동아에스티는 'DA-9801' 기술이전 대가로 계약금 200만 달러와 뉴로보 지분 5%를 받는다. 개발 단계별로 마일스톤 최대 1억7800만달러와 판매 로열티를 추가로 받게 된다. 'DA-9803'의 양도금액은 500만달러와 뉴로보의 지분 24%다.

이외에도 영진약품은 산꼬리풀을 이용한 천식치료제(YPL-001)의 미국 임상시험 2a상을 마쳤다. SK케미칼, 일동제약 등도 각각 천연물 의약품 임상시험 3상과 2상을 진행 중이다. 코스닥 상장을 앞둔 엔지켐생명과학과 알리코제약도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천연물 의약품은 2000년대 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다가 이후 '천연물 신약'이라는 용어가 사라질 정도로 찬밥신세가 됐던 의약품이다. 2000년 정부는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하고, 2011년에는 이를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 5대 과제에 포함했었다. 덕분에 동아에스티 '스타이렌스티렌',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 SK케미칼 '조인스정' 등 8개의 천연물 의약품들이 개발됐다.

하지만 천연물 의약품이 해외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효능에 대한 의구심마저 더해져 정부의 천연물 의약품 지원 사업은 더 진행되지 않았다. 천연물 신약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천연물 의약품 연구를 꾸준히 이어갔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천연물 의약품 연구개발(R&D)이 계속해서 성과를 보였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천연물 의약품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천연물 의약품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은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해 230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180억달러가 처방의약품 시장이다. 중국은 186억달러, 유럽은 21억달러, 미국은 18억달러 규모다. 블록버스터 천연물 의약품도 있다. 2016년에만 전 세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도 천연물 의약품이다. 타미플루는 중국의 토착 식물인 '팔각 회향'이라는 천연물질로부터 개발됐다.

임상시험 1상이 면제되는 등 R&D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예전부터 사용되거나 안전성이 입증된 천연물 의약품의 경우 임상시험 1상을 면제한다. 또 안전성이 높은 물질은 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오랫동안 진행했던 천연물 의약품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천연물 의약품은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과 비교하면 독성 등이 낮고, 접근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