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 A사는 2016년 공채로 50명을 뽑았다. 이 가운데 1년 뒤까지 남은 사람은 다섯 명이 채 안 된다. 회사 관계자는 “퇴사 원인을 조사한 결과 임금 불만이 가장 컸다”며 “사내 카페나 복지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도 청년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청년취업난을 다룰 때 장년층은 대기업·공기업 등만 바라보며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2030세대를 꾸짖곤 한다. 이들은 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걸까. A사 사례에서도 보듯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급여 수준이다. 중소 제조기업에서 2년간 일한 정모씨(29)는 “월급은 쥐꼬리만 한데 자잘한 복지제도 늘리는 걸로 생색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돈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불투명한 기업 정보는 입사 지원조차 힘들게 하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임금·재무·근로조건이 제대로 알려진 중소기업은 드물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4)는 “구직자에겐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면서 중소기업이란 이유로 왜 정보를 숨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 생활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는 회사의 성장보다 개인의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 대부분은 이를 발판삼아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창업하길 꿈꾼다”고 진단했다. 대학생 남세영 씨(24)는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해 회사를 키운다고 해도 나의 성장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심하면 사장 가족 뒤치다꺼리까지 해도 결국 그 회사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는 건 사장 자식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같은 중소기업이지만 해외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회사는 한국 청년에게 떠오르는 개척지다. 김진근 히타치제작소 한국사무소장은 “일본의 장수 중소기업은 신입사원별로 성장 마스터플랜을 짜준다”며 “입사 연차에 따라 목표 성과를 정해두고 이를 달성하면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인턴기자 dotorimy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