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첫 1000만 영화 '신과 함께' 3단계 공식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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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략 선회
달라야 산다…새 장르·신인감독 발굴
(2) 작은 성공
대박 없어도 조금씩 이익 내며 자신감
(3) 통큰 베팅
후속편까지 동시제작…400억원 투자
달라야 산다…새 장르·신인감독 발굴
(2) 작은 성공
대박 없어도 조금씩 이익 내며 자신감
(3) 통큰 베팅
후속편까지 동시제작…400억원 투자
충무로 영화판에는 ‘롯데의 저주’란 말이 있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하는 영화에 대박은 없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저주가 깨졌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롯데의 첫 1000만 영화가 됐다. ‘신과 함께’는 지난 23일까지 관객 1364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박스오피스 기록에서도 ‘명량’ ‘국제시장’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랐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작은 성공을 기반으로 대규모 베팅을 하는 과정을 통해 저주를 풀었다.
영화 투자·배급 15년 만에 첫 천만 영화
저주는 2003년 시작됐다. 롯데엔터가 영화사업을 시작한 해.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와 함께 국내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 1000만 관객 영화는 CJ엔터가 5편, 쇼박스가 5편, NEW가 3편을 냈다. 충무로에서는 “롯데엔터가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투자해서 결과도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전략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영화 투자 거품이 빠진 2008년 이후 쇼박스와 CJ엔터 등은 감독과 전속계약을 했다. 흥행작이 많은 감독에게 3~5년간의 계약금을 미리 주고 수익이 나면 나눠 갖는 방식이다. CJ엔터는 류승완 윤제균 감독과, 쇼박스는 최동훈 감독과 손잡았다. 후발주자인 롯데는 이 판에 끼지 못했다. 신인 감독, 새로운 소재로 눈을 돌렸다. 업계 관계자는 “CJ와 쇼박스를 한 번 거치고 온 시나리오를 검토하다 보니 흥행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며 “롯데가 영화 사업을 접는다는 루머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스타 감독 우리가 직접 키우자”
롯데엔터는 검증된 대어와 함께할 수 없다면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주류에서 소외된 장르, 30~40대 신인 감독에게 눈을 돌렸다. ‘로봇 소리’(이호재) ‘특종 량첸살인기’(노덕) ‘경성학교’(이해영) ‘보안관’(김형주) ‘청년경찰’(김주환) 등의 영화가 그렇게 탄생했다. 첫 장편 데뷔이거나 영화 두세 편을 제작해본 신인 감독이 대부분이다.
롯데엔터 관계자는 “출혈 경쟁보다 직접 키우자는 전략으로 시나리오를 고르고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쉽지 않았다. 2015년 여섯 편에 투자했지만 관객 1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한 편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청년경찰’ ‘보안관’ 등이 500만 명을 넘겼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즈음 롯데엔터에 ‘신과 함께’가 흘러들어 왔다. CJ엔터가 버린 작품이었다. 감독은 김용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감독이지만 직전 작품인 ‘미스터고’의 흥행 실패로 고전하고 있었다. ‘신과 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웹툰이 원작인 이 영화는 전체 장면의 90% 이상이 컴퓨터그래픽(CG)인 판타지 장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게 CJ가 포기한 이유다. 이영한 롯데엔터 투자제작팀장은 “스토리가 방대하고 CG가 많기 때문에 후속작 동시 제작이 필수라 판단했다”며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장르에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103개국 수출…亞 장악한 ‘신과 함께’
‘신과 함께’는 아시아 박스오피스도 장악하고 있다. 개봉 전 아시아 13개국, 북미 중남미 유럽 90개국 등에 선판매됐다. 대만에서는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홍콩에서도 2주간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지난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저승이라는 동양적인 세계관이 뿌리인 작품이지만 CG의 완성도와 드라마의 감동, 소재의 독특함이 더해져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며 “한국 영화 수출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그 저주가 깨졌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롯데의 첫 1000만 영화가 됐다. ‘신과 함께’는 지난 23일까지 관객 1364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박스오피스 기록에서도 ‘명량’ ‘국제시장’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랐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작은 성공을 기반으로 대규모 베팅을 하는 과정을 통해 저주를 풀었다.
영화 투자·배급 15년 만에 첫 천만 영화
저주는 2003년 시작됐다. 롯데엔터가 영화사업을 시작한 해.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와 함께 국내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 1000만 관객 영화는 CJ엔터가 5편, 쇼박스가 5편, NEW가 3편을 냈다. 충무로에서는 “롯데엔터가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투자해서 결과도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전략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영화 투자 거품이 빠진 2008년 이후 쇼박스와 CJ엔터 등은 감독과 전속계약을 했다. 흥행작이 많은 감독에게 3~5년간의 계약금을 미리 주고 수익이 나면 나눠 갖는 방식이다. CJ엔터는 류승완 윤제균 감독과, 쇼박스는 최동훈 감독과 손잡았다. 후발주자인 롯데는 이 판에 끼지 못했다. 신인 감독, 새로운 소재로 눈을 돌렸다. 업계 관계자는 “CJ와 쇼박스를 한 번 거치고 온 시나리오를 검토하다 보니 흥행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며 “롯데가 영화 사업을 접는다는 루머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스타 감독 우리가 직접 키우자”
롯데엔터는 검증된 대어와 함께할 수 없다면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주류에서 소외된 장르, 30~40대 신인 감독에게 눈을 돌렸다. ‘로봇 소리’(이호재) ‘특종 량첸살인기’(노덕) ‘경성학교’(이해영) ‘보안관’(김형주) ‘청년경찰’(김주환) 등의 영화가 그렇게 탄생했다. 첫 장편 데뷔이거나 영화 두세 편을 제작해본 신인 감독이 대부분이다.
롯데엔터 관계자는 “출혈 경쟁보다 직접 키우자는 전략으로 시나리오를 고르고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쉽지 않았다. 2015년 여섯 편에 투자했지만 관객 1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한 편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청년경찰’ ‘보안관’ 등이 500만 명을 넘겼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즈음 롯데엔터에 ‘신과 함께’가 흘러들어 왔다. CJ엔터가 버린 작품이었다. 감독은 김용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감독이지만 직전 작품인 ‘미스터고’의 흥행 실패로 고전하고 있었다. ‘신과 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웹툰이 원작인 이 영화는 전체 장면의 90% 이상이 컴퓨터그래픽(CG)인 판타지 장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게 CJ가 포기한 이유다. 이영한 롯데엔터 투자제작팀장은 “스토리가 방대하고 CG가 많기 때문에 후속작 동시 제작이 필수라 판단했다”며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장르에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103개국 수출…亞 장악한 ‘신과 함께’
‘신과 함께’는 아시아 박스오피스도 장악하고 있다. 개봉 전 아시아 13개국, 북미 중남미 유럽 90개국 등에 선판매됐다. 대만에서는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홍콩에서도 2주간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지난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저승이라는 동양적인 세계관이 뿌리인 작품이지만 CG의 완성도와 드라마의 감동, 소재의 독특함이 더해져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며 “한국 영화 수출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