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공수사 등 안보분야 경력직을 대거 채용한다. 신설될 안보수사처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주기로 한 정부 방침의 후속조치다. 경찰이 전문인력을 강화하는 등 안보수사처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경찰로 넘어 올 국정원 직원들과의 융화와 신규 인력의 질적 저하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단독] 경력채용 시작… '안보수사처' 속도내는 경찰
◆인력 강화하고 늘리지만…

2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보안수사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전문경력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북한·안보 분야 14명, 범죄·심리 분야 7명 등 안보범죄분석요원을 경장급으로 21명 뽑는다. 작년 2명에 불과했던 규모를 대폭 키운 것이다. 안보수사처 신설을 앞두고 점차 지능화·은밀화하는 안보위해 행위에 대응하는 동시에 북한 체제와 대남 전략전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어를 전공한 안보수사외국어요원도 순경급으로 18명 채용할 계획이다. 간첩 등 주요 안보사범과 북한의 연계성을 규명하기 위해선 외국어 통·번역 업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용되면 6개월간 파출소 등 현장에서 일한 뒤 본청·지방청 보안수사대에서 5년간 의무복무한다.

안보수사처 신설에 앞서 경찰이 보안수사 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안보수사처는 인력 강화, 조직 개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우선 국내 정보를 담당하던 국정원 요원이 합류할 경우 융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요원은 대부분 3~5급으로 직급이 높다. 이 직급은 전체 경찰의 3% 미만이다. 직급을 맞추며 새 조직에 흡수되긴 어렵다는 얘기다. 직급별로 정원이 정해져 있는 경찰로선 고위직을 늘리기도 어렵다. 국정원의 우수 인력이 안보수사처를 지망할지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미 능력 있거나 ‘빽’이 있는 직원들은 국정원 해외 정보파트로 옮겨갔다는 얘기도 나돈다.

◆“채용문턱 지나치게 낮아”

경찰이 이번에 공고한 안보범죄분석요원의 채용 문턱이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채용 계획에 따르면 일반경찰 공채의 자격 요건과 거의 같다. 별도로 요구하는 자격은 북한학·통일학·정치외교학을 포함한 북한 관련 학·석사학위뿐이다. 순경·경장급으로 채용해선 고급 전문인력의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국정원 내부에서도 불만이 팽배하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해외 업무 역량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예컨대 기존에는 북한 산업스파이가 국내 기업의 해외지사에 침투하면 국정원이 대공 정보와 해외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해 수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면 경찰(안보수사처)과 국정원 사이 공조수사가 필수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를 명확하게 분리할 수 없는 게 안보 수사”라며 “폐쇄적인 정보기관들 사이에 ‘칸막이’가 생길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간첩, 반국가단체 구성, 반국가목적행위 등 ‘3대 안보 위해사건’은 총 56건으로 이들 사건 대부분은 국정원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통인 전직 검찰 간부는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처리하던 경찰이 오랜 시간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사를 기획하는 안보 수사를 제대로 할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오히려 최근 10년여간 조작으로 문제된 사건은 모두 국정원이 수사한 것”이라며 “경찰이 수사한 안보 사건은 검찰발로 발표되는 식으로 축소됐을 뿐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현진/성수영 기자 apple@hankyung.com